본문 바로가기
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8] 행복이 있는 도시 에스떼야(Estella)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였습니다

by 완자야 2024. 1. 12.
반응형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에스떼야, Estella

 

 

 

2023년 10월 18일(수)

중세 유럽의 가장 중요한 순례길 가운데 하나였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종합안내서'로 제작된 12세기의 필사본으로 책머리에 교황 칼릭스투스 2세(Callixtus II)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어서 ‘코덱스 칼릭스티누스(Codex Calixtinus)’라고 불린다고 하는 '칼릭스티누스 사본'에서는 에스떼야를 가르켜 좋은 빵과 훌륭한 포도주, 고기와 물고기가 넘쳐나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모든 종류의 행복함이 있는 도시라고 기록했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저희들의 결혼기념일입니다.  11년을 함께 살아왔네요.  길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제 곁에서 함께 살아와 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모든 종류의 행복함이 있는 도시' 에스떼야까지 무사히 잘 도착해서 행복한 날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출발합니다.

 

 

더보기

이동구간: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에스떼야(Estella)

이동거리: 약 22.0km

출발시간: 06시 40분

도착시간: 13시 10분

도착숙소: Alda Estella Hostel (사립 알베르게 겸 호스텔) 

 

 

 

진동모드로 맞춰놓은 알람에 잠에서 깨어 일어났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아내는 먼저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귓속말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은 저희들의 결혼기념일입니다.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여 결혼기념일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습니다.  까미노닌자 앱을 열어 오늘 이동구간은 큰 오르막고 내리막도 없는 구간인 것을 확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걷습니다.

 

1시간 가량 걸어가면 나오는 첫 번째 마을 마녜루(Mañeru)를 지나며 문을 연 카페를 발견하고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십니다.  들어가서 보니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El Cantero라는 알베르게입니다.  설탕을 하나 풀어넣어 마시니 쌀쌀한 아침 공기와 달달한 커피맛이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카페 위치: https://maps.app.goo.gl/JuSfjqYCuDTZCx6GA)

 

 

 

마을을 벗어나자 좌우로 포도원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포도나무들을 벗삼아 걷다 보니 곧 그다음 마을이 저만치에 보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시라우키(Cirauqui)라고 하는 이 마을의 모습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시라우키 마을이 점점 더 가까워오자 마을 왼편으로 아주 굵고 선명한 무지개가 한 줄기 빛처럼 구름을 뚫고 땅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신비한 모습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지만, 눈에 담기는 것처럼 아름답게 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순례길을 걷는 중간 중간에 가끔씩 뒤를 돌아보라"는 어느 분의 후기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지요.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서도 프랑스길은 스페인 반도를 동(東)에서 서(西)로 가로지르는 코스이므로 저희는 항상 해를 등지고 걷게 됩니다.  그래서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면 태양빛이 제공하는 천연 필터에 주변의 풍광이 더욱 신비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뒤돌아 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다소 가파른 경사를 가지고 있는 시라우키 마을을 통과하자 더 크고 높은 무지개가 저희를 맞아줍니다.  자세히 보니 그냥 무지개가 아니라 쌍 무지개 입니다.  저희들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대자연의 선물인 것 같습니다.

 

 

 

시라우키 마을을 빠져나와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 밭을 지나 걷다 보니, 지친 순례자들을 위해 누군가 빵과 과일 등 간단한 먹을 것과 음료를 준비해 놓은 테이블이 길가에 놓여 있습니다.  순례길에는 천사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비록 조금 전에 비가 내렸는지 음식들이 모두 젖어 있어서 먹어보진 못했지만, 이런 천사와 같은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윽고 곧 저희들이 걷는 길에도 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한두방울 떨어지고 그치려나 했으나 빗발이 조금 더 강해지는 것 같아 급히 배낭을 내리고 비옷(우의)을 꺼내 입습니다.  순례길을 준비할 때 이 비옷(우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었는데, 저희는 데카트론의 비옷(우의)을 사서 갔습니다.  저희가 순례길을 걸을 때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특히 비오는 날의 비바람이 상당한 편이었습니다.  큰 사각형 천에 머리만 집어넣는 일반적인 판초우의를 입으신 분들은 바람에 우의가 날려 걷기가 많이 힘드셨는데, 저희는 팔을 따로 넣어서 고정시킬수 있는 형태의 우의여서 바람을 견디기에 좀 더 유리했습니다.  참고로 저희 비옷을 본 다른 순례자분들이 곧 나오게 되는 대도시 로그로뇨의 데카트론에서 저희들과 같은 우의를 많이들 사셨습니다.

 

 

 

시라우키 마을을 지나 로르까(Lorca) 마을에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란 하늘이 다시 나타납니다.  그런데 로르까 마을의 집들 중 마치 한국식 양옥집 같은 집들처럼 생긴 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일반 가정집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들이 멋있어서 '스페인의 건축'에 대해 매력을 느끼 전 차에 이런 동양적인 특히 한국적인 느낌의 집들을 보게 되니 궁금해집니다.  이 집은 누가 지었고 누가 살고 있는지.

 

 

 

순례길에서 만나는 집들 중에서 호박을 키우고 있는 집들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느꼈던 것은 '호박이 정말로 크다' 였습니다.

 

 

로르까 마을을 지나 드디어 에스떼야에 도착합니다.  에스떼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멋진 건축물은 바로 성묘교회라고 번역되는 Iglesia del Santo Sepulcro 입니다.  크고 웅장한 건물이 에스떼야에 도착한 순례자들을 환영합니다.  멋진 건축물을 걸어가며 찬찬히 보다가 잠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습니다.  좌우 벽에 예수의 12제자인 듯한 느낌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설명을 좀 더 찾아보면 정문에는 맨 위 '최후의 만찬'과 맨 아래 '십자가 처형' 그리고 중앙에는 3가지 서로 다른 모향의 벽면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는 '산티아고'와 '투르의 성 마르틴' 주교 형상이 좌우에 서 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참고하였습니다.)

 

 

 

이 웅장한 건축물을 지나가다보니 에스떼야의 공립 알베르게가 나타납니다.  저희는 오늘이 저희들의 결혼기념일이라 어제저녁 부킹닷컴을 통해 2인실 호스텔로 예약을 하였습니다.  지금부터는 까미노닌자 앱을 보지 않고 구글맵을 키고 걸어갑니다.  약 10분 정도 더 걸어가다 보니 저 멀리 '산티아고 광장(Plaza Santiago)'을 가로지르는 끝에 저희들이 예약한 호스텔이 보입니다.

 


*Alda Estella Hostel: 저희가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해 묵었던 단연코 최고의 호스텔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묵었던 호스텔 중에서 가장 깨끗했던 호스텔 중의 하나였구요, 창 밖으로 보이는 산티아고 광장의 뷰 또한 좋았습니다.  아내의 피부가 민감하고 예민한 편인데, 침구류도 너무나 깨끗하여 만족스러운 숙소였습니다.  저희는 2인실에 묵었고, 저희 패밀리들 중 씩씩한 남성들은 기부제 알베르게인 Albergue Parroquial San Miguel de Estella(기부제 알베르게는 별도의 요금이 정해져 있지 않고 순례자가 내고 싶은 만큼 내고 묵을 수 있습니다.)로 갔고, 어제 푸엔테 라 레이나의 공립 알베르게에 시달렸던 여성들은 저희랑 같은 숙소의 다인실(알베르게처럼 2층 침대로 된 다인실도 있었습니다.)에 묵었는데, 다인실도 너무 깨끗하고 좋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은 Alda호스텔은 체인으로 여러 도시들에서 운영이 되었습니다.  다른 도시들 중에서는 레온(Leon)에 있는 Alda 호스텔에 묵었었는데, 거기보다는 이 에스떼야의 호스텔 컨디션과 분위기, 느낌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에스떼야에 들르신다면 이 호스텔에 묵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바(Bar)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한잔 주문하여 광장이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서 드셔보세요.  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스페인에는 '시에스타(Siesta)'라는 오후 휴식시간이 있다는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희가 이 호스텔 1층 바에서 와인을 마시는 동안 시에스타 시간이 되었고, 해당 바(Bar)는 저희를 야외 테라스에 놔두고는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초콜릿에 이어 쉬는 데에도 진심인 스페인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광장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한가로이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상낙원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 옆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까미노 패밀리들이 함께 있었어요.  그렇게 따뜻한 오후의 에스떼야를 만끽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에스떼야 도시를 좀 둘러보기로 합니다.  가다 보니 언덕길이 나오고 언덕 위에 교회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입니다.  찾아보니 '푸이의 성모 대성당(Real 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l Puy)'이라고 합니다.  내부는 더 멋있습니다.

 

 

 

성당 앞에서 내려다본 에스떼야의 모습은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제 저희는 저녁식사를 위해 다시 광장 쪽으로 내려갑니다.  다른 패밀리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휴식을 하러 가고, 잘생긴 미남 동생 '안티모'와 대한의 열혈남아 '호준'군은 저희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몇 군데 둘러보다가 깔끔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식당 이름은 Bar Restaurante Monjardin 입니다.  아내와 단둘이 보내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첫 결혼기념일입니다.  순례길에서 보내는 결혼기념일은 색다릅니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분위기이지만,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나 느끼게 되는 메뉴가 나옵니다.  다른 것들은 다 맛있었는데 여기 빠에야는 맛이 별로 입니다.  폭립은 사진을 못 찍었네요.  그렇지만 은은한 와인이 마음을 부드럽게 해 줍니다.

(식당위치: https://maps.app.goo.gl/ACHX8vged8mUuJeBA)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저는 광장에 앉아 선선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에스떼야에서의 시간을 만끽합니다.  내년 '결기'는 우리가 어디에서 보내게 될까 상상해 봅니다.  가을날의 밤공기는 제법 찹니다.  잠깐 앉아있으니 추워집니다.  호스텔로 들어가 짐 정리를 합니다.  2인실이다 보니 마음껏 부스럭 소리를 내어도 괜찮습니다.  2인실이 또 좋은 점은 마음편하게 샤워를 하고 자유롭게 탈의가 가능한 점 입니다.  마음이 편합니다.  그렇게 에스떼야에서의 밤은 깊어갑니다.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