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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5] 공포의 내리막길, 수비리(Zubiri) 가는 길

by 완자야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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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수비리, 주비리, Zubiri

 
 
 
2023년 10월 14일(토)
수많은 후기들이 수비리 가는 길에 대해 '죽음의 내리막길'이라는 표현으로 저희들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아픈 무릎으로 인해 더 많은 걱정과 염려를 안고 론세스바예스를 떠나 수비리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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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론세스바예스(Roncessvalles) - 수비리(Zubiri)

이동거리: 약 21.5km

출발시간: 08시 00분

도착시간: 15시 00분

도착숙소: Albergue Rio Arga Ibaia (사립)

 
 
아침 6시 30분, 잔잔하면서도 웅장하게 아름다운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가 열어놓았는지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피레네 산줄기에서 내려오는 듯한 신선하고 맑은 아침 공기와 함께요.  론세스바예스 공립 알베르게에서 순례자들을 위해 틀어주는 일종의 모닝콜인 것 같습니다.  침대에 앉아 잠깐 황홀경에 빠져들다 문득 무릎 생각이 납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첩 더 먹은 아내의 소염진통제 덕분인지 다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덜 아팠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마침 아내가 먼저 씻고 돌아옵니다.  유쾌한 기분으로 저도 하루를 준비합니다.  세수를 하고 짐정리를 마쳤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조식을 먹으러 가서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여유롭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빵에 버터와 잼을 골고루 바르고 햄과 치즈를 얹어서 한 입 크게 베어 물어봅니다.  어제저녁식사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백발의 멋진 여사님도 마침 식당으로 들어오셔서 밝게 인사를 하고 같은 테이블에서 조식을 먹었습니다.

 
 
 
여유롭고 유쾌한 조식을 마친 후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와 맑고 신선한 아침 공기를 크게 들이마십니다.  너무나 좋았던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를 뒤로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수비리(Zubiri)를 향해 호기롭게 출발합니다.  알베르게를 벗어나자 이번 순례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790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에 있는 종교도시로, 저희들이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곳입니다.  그 이름의 유래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에 한 명인 야고보(스페인어로 '산티아고')가 순교하여 유해의 행방이 묘연하던 중, 별빛이 나타나 어느 숲 속의 동굴로 이끌어 가 보니 바로 그곳에 그의 유해가 있었다고 하여, 그 지방의 이름이 '별의 들판'이라는 뜻으로 캄푸스 스텔라(Campus Stellae)라고 불렸으며, 그 산티아고의 무덤 위에 대성당이 건축되며 도시가 형성되고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대한민국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


 
 
순례길을 걷다 보면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의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석을 계속 만나게 됩니다.  가면 갈수록 표지석에 표시되는 남은 km는 줄어들게 되지요.  저는 순례길 초반에는 이 남은 숫자가 줄어드는 재미로 길을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빨리 이 숫자가 줄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순례길의 중반이 넘어서는 어느 시점부터는 이 숫자가 줄어들면 들수록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찾아오는 듯하여, 말 수는 더 적어지고 묵묵히 길을 걸어갔던 것 같습니다.
 
출발하는데 약간 흩날리는 빗방울이 떨어졌으나 비옷은 꺼내 입지 않고 그냥 가기로 합니다.  시원한 아침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저 멀리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그런데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약 1시간을 못 가서 무릎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흉통과 목 어깨 결림으로 저보다는 아내에 대한 염려를 더 많이 가지고 시작한 순례길이었습니다만, 정작 어려운 상황은 제가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만과 경솔에 대한 부끄러움과 아내에 대한 염려로 아내에게 마음의 부담을 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걷는 속도가 점점 늦어집니다.  스페인어로 Agua Portable 또는 영어로 Drinkable Water라고 쓰인 식수대가 나와서 잠깐 가방을 내리고 쉬면서 소염진통제를 한 첩 더 털어 넣고 출발합니다.

 
 
저는 오른쪽 무릎의 바깥쪽 측면의 통증이 심했습니다.  특히 무릎을 구부릴 때 극심한 통증이 있어서 무릎을 거의 구부리지 않고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걸음걸이는 걸을 때마다 절뚝 절둑 다리를 저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저에 대한 걱정으로 아내도 본인 페이스대로 가지 못하고 천천히 같이 걷거나, 조금 앞서가다 서서 뒤돌아보고 저를 기다렸다가 다시 같이 걷기를 반복하며 걷느라 힘들었을 겁니다.  수비리로 가는 길에서 아내는 항상 제 앞에 있었던 것 같네요.

 

 

 

감성있는 산티아고(Santiago) 표시판을 지나 점점 산길로 들어섭니다.  아침에 조식으로 나온 사과를 먹지 않고 배낭에 넣어서 왔었는데, 길 위에서 걸어가며 먹으니 갈증과 허기를 채워주는 꿀맛 중의 꿀맛입니다.  아픈 무릎도 잊게 해 줄 정도로 맛있습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앞뒤의 순례자들과 마주치게 되는데요,
 
"부엔 까미노(Buen camino)!"
"부에노스 디아스(Buenos dias)!"
 
보통은 이렇게 서로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제가 순례길 초반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인사는 바로 "Are you OK?" 였습니다ㅎㅎ.  아마도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제 모습이 그들이 보기에는 힘들어 보였나 봅니다.  약이 필요하냐, 내 등산스틱을 너에게 줄까 등등 지나가며 저에게 호의를 표시했던 모든 순례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부엔 까미노: 순례길을 걸으며 가장 많이 듣게 되고,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스페인어의 사전적인 의미로 부엔(Buen)은 '좋은'이라는 뜻이고, 까미노(Camino)는 '습관적으로 통행하 밟는 땅, 길, 일정'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엔까미노 라고 하면 '좋은 길 되세요' 또는 '좋은 여행 되세요' 라며 상대방의 덕과 복을 빌어주는 의미의 말이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문장입니다.  순례길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미소와 함께 부엔까미노라고 말해주세요.  상대방도 미소로 답을 할 겁니다.
 
부엔까미노 외에도 간단한 스페인어 인사를 익히고 가면 좋은 것 같습니다.  몇 마디라도 현지어로 소통할 수 있다면, 순례길의 즐거움은 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스페인 현지에서 순례길을 걸으며 조금씩 익혀서 사용했습니다.  미리 좀 더 공부하고 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을 걷다 어제 저녁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던 한국인 아가씨 '도나'양과 '예슬'양 그리고 대만에서 온 젊고 씩씩한 아가씨 '치'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의 말동무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들 덕분에 아내는 저에 대한 걱정은 잠깐이라도 덜고 길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들의 뒤에서 천천히 뒤따라 걸어갑니다.  아내는 그렇게 점점 더 멀어지더니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수비리로 가는 길의 마지막 약 2~3km 구간은 날카롭고 굵은 돌덩이들로 이루어진 굉장히 까다로운 내리막길이었습니다.  듣던 대로 쉽지 않은 길인 데다가 다리까지 성치 않으니 몇 배나 더 힘든 느낌이었습니다.  내리막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느낌으로 한참을 걸어내려가다 보니 숨이 차서 불이 발개진 아내가 저만치 아래서 열심히 올라오고 있는 게 보입니다.
 
길 위에서 만난 일행들과 내려간 후 한참을 기다려도 제가 내려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다시 올라온 거라고 합니다.  한 손에는 등산스틱(Hiking Pole)이 하나 들려 있습니다.  다리가 아픈 절 위해서 같이 걸어내려 갔던 '도나'양에게 빌려온 거라고 하네요.  아내에게 너무나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또한 선뜻 스틱을 빌려준 천사 같은 마음씨를 가진 '도나'양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도나'양은 저희들의 순례길에서 만난 첫 번째 까미노 엔젤(Camino Angel)이었고 훗날 저희들과 까미노 패밀리가 됩니다.

 


*까미노 엔젤(Camino Angel): 순례길을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찾아오곤 합니다.  대부분은 어려운 상황들이지요.  그리고 그 어려운 상황에 나를 도와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순례길 위에서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주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천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까미노 엔젤'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도 순례길을 걷는 동안 많은 천사들을 만났습니다.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과연 천사였었나 돌아보게 되었었습니다.


  
 
 오후 3시경, 아내의 도움으로 겨우 모든 코스를 다 걸어내고 드디어 수비리에 도착했습니다.  아픈 다리로는 공립 알베르게에 시간 내에 도착이 힘들 것 같아서 미리 예약을 해둔 리오 아르가 알베르게(Rio Arga Ibaia)가 수비리 마을 입구에서 저희를 맞아줍니다.  수비리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건너자마자 처음 나오는 건물이라서 순례길 동선 기준으로 위치가 아주 좋습니다.


*등산스틱(Hiking Pole): 저희는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등산스틱 없이 순례길을 떠났습니다만, 길을 걸어보니 등산스틱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단, 평소에 사용을 하지 않은 분들은 오히려 다리도 아픈데 등산스틱 때문에 팔까지 아프다는 분들도 봤습니다.  그래서 순례길을 준비하는 시간이 넉넉하신 분들은 미리 스틱을 스틱을 구매해서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가며 충분히 사용해 보신 후 가지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은 등산스틱 없이 걸어보신 후 스페인 현지에서 기부를 받거나 구매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수비리 다음 목적지인 팜플로나에서 묵은 알베르게 주인장으로부터 등산스틱을 기부받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등산스틱은 영어로 Hiking Pole입니다.  한글로 스틱이라고 해서 저도 스틱으로 검색해 봤는데 잘 안 나오더라고요. 참고하세요.
 
*리오 아르가 알베르게(Rio Arga Ibaia Albergue): 이 숙소는 수비리 마을 초입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도착할 때도, 그다음 날 출발할 때도 좋았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1층 10인실 베드룸 안에는 남녀 구분이 없는 공용 화장실/샤워실이 2개 있었고 숙소의 전반적인 환경은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주방에서 조리도 가능했고, 조리도구가 나름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은 베드룸 안에 남녀가 구분된 공용 화장실이 위치해 있다 보니 소리가 다 들려서 조금 민망할 수 있고, 특히 여성분들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갔었습니다.
(리오아르가 알베르게 홈페이지:https://www.alberguerioarga.com/)


 
  
다행히 2층이 아닌 1층에 있는 10베드 룸으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들어가 보니 그 방에서 저희가 가장 늦게 도착을 했네요.  론세스바예스에서 수비리까지는 비교적 짧은 구간으로 다른 순례자분들은 짧게는 1시간 전에, 길게는 3시간 전에 도착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희가 배정받은 방에 묵는 사람 10명 중에서 7명이 한국인이었고, 나머지 3명은 외국인이었습니다.  가히 한국의 까미노 열풍이라고 할 만한 것 같습니다.
 
우선 씻기로 하고 가방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방을 뒤져보아도 샴푸와 페이스워시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차!  오늘 아침 론세스바예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용한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이번 까미노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아내가 고심해서 사온 샴푸와 페이스워시를 아침에 씻으러 갔다가 그냥 놔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급히 알베르게 리셉션으로 가서 물어보니 알베르게에는 제공할 수 있는 샴푸가 없다고 하고, 슈퍼에 가서 사야 하는데 수비리는 작은 마을인 데다가 토요일이어서 마을의 슈퍼들이 오후 3시에는 모두 문을 닫았을 거라고 합니다.  큰일입니다.  당장 씻을 샴푸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이런 상황에 화를 내지도 못하고 속상해하는 모습에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제가 이번 순례길의 가장 큰 짐이 된 것 같습니다.
 
숙소 리셉션 직원이 약 10여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주유소에 작은 슈퍼가 있는데 거기 있을 수도 있으니 한번 가보라고 합니다.  아내와 같이 주유소가 있는 곳까지 걸어갑니다.  작은 동네인 수비리라고 들었는데, 동네 차도에서 카레이싱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눈치가 보여 사진은 하나만 찍습니다.

 
 
 잔뜩 기대를 가지고 도착해서 확인해 보니 샴푸는 없다고 합니다.  저녁으로 먹을 음식들만 사서 돌아오는 중, 저희들의 숙소로 꺾어 들어가는 골목 입구의 수돗가 공터에서 아침에 봤던 백발의 멋진 여사님과 '도나'양이 앉아있습니다.  백발의 여사님은 우리를 보시더니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얼떨결에 아내와 저는 그쪽으로 가서 같이 앉아 담소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잠깐 앉아있으니 백발의 여사님과 같은 숙소에 묵은 잘생긴 얼굴의 한국인 동생 '안티모'도 함께 앉았습니다.

 

(출처: 구글맵 스트리트뷰)

 


자연스레 저희들의 에피소드 이야기가 나왔고, 이야기를 들은 친절한 백발의 여사님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바로 옆에 있던 본인의 숙소로 가서 샴푸 작은 것 한통을 우리 쓰라고 건네주십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길 위에서 까미노 엔젠(Angel, 천사)을 만나게 된다고 하던데, 저희는 오늘 하루 만에 두 명의 천사를 만났습니다.  향후 이 멋진 여사님(이후 '선생님'으로 불린)을 중심으로 저희들의 까미노 패밀리가 결성이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1시간 30분가량 흘렀습니다.  사실 생전에 알지 못하던 낯선 사람들과 이렇게 친밀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였습니다.  아직 씻지도 못한 저희는 숙소로 먼저 돌아왔습니다.  숙소 2층에 있는 공용 주방으로 가서 주유소 슈퍼에서 사 온 피자와 샌드위치를 데웁니다.

 

 
 
그리고는 아내가 준비해 온 라면 스틱으로 따뜻한 라면 국물을 만들어서 저녁식사를 합니다.  우리가 오기 전 이미 주방에서 요리를 잔뜩 하고 있던 이탈리아에서 온 잘생긴 친구가 맛 한번 보라며 초리조로 만든 스튜 비슷한 요리를 조금 줍니다.  빵에 찍어서 먹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마침 훗날 저희들과 '패밀리'로 결성되는 골드 막내 '미카엘라'양이 저녁식사 대용으로 현지 슈퍼마켓에서 사온 컵라면을 뜯고 있습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라면스틱을 미카엘라 양에게 나누어 줍니다.(현지 컵라면은 맛이 없습니다..)  그리고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앉았습니다. 미카엘라양이 숙소 방으로 가서 맑고 투명한 액체가 든 병을 조심스레 가지고 올라 옵니다.  조금 있으니 다른 한국 분들이 더 올라옵니다.  그렇게 서로서로 챙겨 온 음식들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덕분에 맛있는 소고기 스테이크도 먹게 되었습니다. 


*라면스틱: 아내가 준비해 간 라면스틱은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솔직히 순례길을 걷는 한국사람들이 많아져서 요즘은 각 도시나 마을들마다 한국 라면을 파는 곳들도 있고, 라면을 끓여서 제공하는 식당이나 알베르게들도 중간중간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순례길을 걷다 보면 얼큰한 라면 국물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믹스 커피처럼, 따뜻한 물에 풀어서 한잔 간단히 마실 수 있는 라면스틱은 배낭의 무게와 부피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씻고 짐정리를 한 후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강물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옵니다.  오늘은 저에게 있어서는 전체 순례길 중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습니다.  아마도 무릎이 아파서였을 겁니다.  그래도 아내는 다리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내의 소염진통제를 먹으며 내일은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이 듭니다.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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