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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4] 진짜 출발,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by 완자야 202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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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론세스바예스

 
 
 
2023년 10월 13일(금)
1807년에 프랑스 포병대가 스페인을 침공하기 위해 나폴레옹의 이름으로 넘었다고 하는 피레네 산맥.
산맥의 경사면이 남북으로 경계를 이루고 해발 1400미터가 넘어 체력적으로는 가장 힘들지만, 전체 까미노 길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는 피레네 산맥을 오늘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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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생장 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 - 론세스바예스(Roncessvalles)

이동거리: 약 24.2km

출발시간: 06시 20분

도착시간: 14시 20분

도착숙소: 론세스바예스 공립 알베르게

 
 
 
동이 트기 전 이른 새벽 05시, 어제 밤 진동모드로 맞춰놓은 스마트폰 알람이 울립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순례길의 첫째 날이 밝았습니다.  지난밤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는지 몸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아직 취침 중인 옆방의 다른 순례자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공용 세면대와 화장실을 이용하고, 가방을 꾸렸습니다.  오래된 마룻바닥과 방문이 조금만 움직여도 끼익, 삐거덕 소리가 나는데 고요한 새벽엔 더 크게 들리는 듯합니다.  어제 까르푸 슈퍼에서 사놓은 요거트를 하나씩 먹은 후 '동키'로 보낼 짐을 숙소 출입구에 갖다 놓고 길을 나섭니다.  전날 숙소 주인장에게 배낭 이동 서비스로 보낼 짐을 놓아두는 위치를 물어보았습니다.  딱히 가져갈 건 없는 짐이지만 없어지면 불편할 수 있어 자물쇠도 하나 채웠습니다.


*동키: 한국인 순례자들 사이에서는 동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배낭 이동 서비스로 실제 현지에서는 동키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동키라고 하면 한국 사람 외에는 못 알아 들어요.  짐을 부치고자 할 때는 영어로는 Luggage Transfer 또는 Transportation Service 또는 Backpack Transport 등으로 표현하고, 스페인어로는 Transporte de Mochila(뜨란스뽀르떼 데 모찔라)라고 하면 다 알아듣습니다.  배낭이 스페인어로 모찔라 라고 합니다.  순례길에서 배낭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몇 개가 되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업체 이름이 Jacotrans(자꼬뜨란스)라고 합니다.  그래서 Jacotrans라고만 해도 알아는 듣습니다.


 
저희는 아침 일찍 출발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순례길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준비하면서 읽어본 후기들을 종합해보면 첫째 날 피레네 산맥을 넘는 구간이 가장 힘들며, 소요시간은 보통 8시간 소요되고 개인 체력과 속도에 따라 10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는 후기를 봤었기 때문입니다.  이십 대 이후 사실상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 10여 년을 보낸 우리였기에 체력적인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될지 몰라서 안전하게 최대한 일찍 출발하였습니다.

긴장되었던 제 마음처럼 초점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어제 낮 뜨거웠던 태양에 비하면 새벽 공기는 제법 찼습니다.  긴팔 티셔츠를 입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밖은 캄캄한 밤처럼 어두웠고 길거리의 주황색 가르등만이 길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생장 피에드포르 마을을 벗어나 순례길로 들어서는 길은 표지판을 잘 보고 따라가시면 됩니다.  저희는 나폴레옹 루트로 알려진 시세(Cize) 언덕길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길을 가보니 이 표지판을 알아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쪽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더라고요.  이 때 한 가지 팁을 드리면 나폴레옹 루트로 가면 오리손(Orrison)이라는 알베르게가 나오는데, 저희는 이 오리손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고 갔습니다ㅎㅎ.

오리손 산장까지 8km 입니다.


*나폴레옹 루트: 피레네 산맥을 넘는 길은 두 가지 루트가 있다고 합니다.  둘 다 모두 전통적인 순례길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나폴레옹 루트로 알려진 시세 언덕길(Ruta de los Puertos de Cize)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이 지나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입니다.  웅장한 피레네 산맥의 풍광과 울창한 활엽수림이 길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이 길은 매우 힘들지만 그에 따른 즐거움도 큰 구간입니다.
두 번째 길은 자전거 순례자들과 기상이 좋지 않은 시기에 주로 이용하는 루트인 발카를로스 루트(Via Valcarlos)입니다.  이 길은 시세 언덕길보다는 조금 길지만 조금 더 편하고 경치는 조금 부족하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매년 11월 1일부터 그 다음해 봄까지(3~4월경) 첫 번째 나폴레옹 루트는 폐쇄가 되고, 두 번째 루트인 발카를로스 루트만 개방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표시를 따라 10여분 정도 걸으니 생장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곧바로 피레네 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저희를 맞이합니다.  산길로 들어서니 가로등은 아주 드문드문 있거나 없어서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두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헤드랜턴이 빛을 발합니다.  미리 챙겨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시작부터 매우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차게 걸어 올라갑니다.  앞에서 그리고 뒤에서 다른 순례자들의 걸음 소리가 들렸다가, 점점 거칠어지는 제 호흡소리에 묻혀 사라집니다.

 

그렇게 걷는 사이 산 너머로 슬그머니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침햇빛이 만들어 내는 은은한 하늘 색깔을 배경으로 아내에게 멋진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지만, 가파른 경사에 거친 숨을 내몰아쉬던 제 몸에 팔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저희가 걷는 이 길이 나폴레옹 길(Route Napoleon)이라는 표지판이 나와서 안심니다.  벌써부터 힘들지만 계속 걸어 올라갑니다.

 
 
 
걷다보니 비포장도로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저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이쪽 비포장도로 방향이었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해가 완전히 떠오르고 피레네 산맥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황홀감이 육체적인 힘듦을 잊게 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뒤 수도가 하나 나옵니다.  저희보다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이 물을 받아 마시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훗날 저희들과 함께 까미노 패밀리가 되는 '따수미'양도 있습니다.  저희는 숙소에서 받아온 수돗물을 버리고 이 피레네 산맥의 생수로 바꿔 마셨습니다.  정말 시원했고, 물이 맛있었습니다.  물을 마시며 뒤를 돌아보니 아침해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짐을 부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약 2시간을 걸어 올라가니 오리손(Orrison) 산장이 나왔는데, 이 곳은 피레네 산맥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카페입니다.  중턱 이후에 Food Truck이 있긴 하지만 없는 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산을 올랐던 10월 13일에는 Food Truck이 없었습니다.  간식거리를 챙겨서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기력이 달려서 많이 힘들뻔 하였지요.  따로 간식거리를 준비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여기 오리손에서 반드시 식사를 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저희와 같은 날 출발했던 한 20대 중반의 한국 청년이 간식거리 없이 생수만 가지고 호기롭게 출발하여 오리손 알베르게를 그냥 지나쳤다가, 산 중턱에 이르러 기력이 모자라 쓰러질뻔하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근처에 다른 한국 순례자들이 근처에 있어서 먹을 것을 얻어먹고 한참을 쉬다가 다시 왔었다고 합니다.  그 청년은 평소에 약간의 저혈당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팔팔한 20대의 청년이 그 정도였으니 확실히 쉬운 코스는 아닙니다.  특히 그날은 특별히 산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던 날이었다고 합니다.  맞바람을 거스르며 오르는 게 체력을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았습니다.  이 20대 청년은 나중에 팜플로나에서 우연히 같은 숙소를 사용하여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피레네 산 초입에서 매우 빠른 걸음으로 저희를 앞질러 갔던 분이었습니다.


*오리손 산장: 여기도 알베르게 입니다.  정식 명칭은 Refuge Orrison이고요.  생장에서 출발하시는 분들 중에 여기서 1박을 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생장에 아침 일찍 도착하신 분들이라면 그날 아침에 순례자 등록을 하고 출발하여 론세스바예스로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오후에 도착하는 분들은 저희처럼 생장에서 1박을 하고 출발하거나, 아니면 오후에 생장에서 오리손까지 와서 1박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생장 도착 시간과 당일 본인의 체력과 컨디션을 고려해서 순례길 루트를 짤 때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단! 겨울 시즌에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빠르면 10월 중순부터, 늦으면 11월부터 겨울 시즌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방이 많지 않아서 미리 예약을 하는게 좋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정보를 확인하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리손 알베르게 홈페이지: https://www.refuge-orisson.com/en)
 
*보르다 알베르게(Albergue Borda): 만약, 오리손에 묵을 계획이시라면, 오리손에서 약 1km 정도 더 가면 나오는 보르다에 묵으시길 추천합니다.  저도 묵어보진 않았지만, 다른 여러 후기들과 순례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보았을 때 보르다가 오리손 보다 숙소의 퀄리티, 경치와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나은 것 같았습니다.  단, 여기도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하며, 겨울 시즌에는 운영이 안되니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하고 가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보르다 알베르게 홈페이지: https://www.aubergeborda.com/)


 

 


가파른 경사를 거슬러 열심히 올라가다보니 저 멀리 아침 햇살을 받아서 황금빛으로 물든 오리손 산장이 보입니다.  출발한 지 약 2시간 만에 오리손에 도착했습니다.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휴식을 갖습니다.  저희 둘 다 이미 체력 소모가 심하여 그냥 여기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듭니다.  이제 겨우 2시간, 약 7~8km 온 것도 이렇게 힘든데, 남은 17km를 어떻게 더 걸어갈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오늘 이 산을 넘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저희에겐 선택권이 없습니다.  오리손도 보르다도 이미 풀부킹으로 예약이 안되어 생장에서 1박을 했었으니까요.  짐도 론세스바예스로 보내버렸고요.  오늘 저희는 반드시 이 산을 넘어야 합니다.

 

 


샌드위치는 절반씩만 먹은 후 다시 잘 싸서 배낭에 넣고, 물병엔 물을 채우고, 화장실을 한번씩 다녀온 후 다시 힘차게 출발합니다.  가파른 오르막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둘이서 나누던 대화는 사라지고 묵묵히 걷기만 하다가, 중간 중간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의 짧은 대화만 종종 오고 갑니다.

 


어느 정도 오르고 나니 피레네 산맥의 능선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시작됩니다.  능선에 도착하기 전부터 강하게 불던 바람은 능선에 이르자 돌풍으로 바뀝니다.  태어나 처음 경험해 보는 듯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돌풍이었습니다.  경사도 가파른 데다가 맞바람을 거스르며 올라가려니 힘이 몇 배로 더 드는 것 같았습니다.  강력한 바람으로 인해 바람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입과 콧구멍 안이 바싹 마르는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겨울 시즌에는 피레네 산맥이 눈으로 뒤덮인다고 합니다.  눈으로 뒤덮인 피레네 산맥을 넘는 상상을 해봅니다.  겨울에는 왜 이 길을 폐쇄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희들의 대화는 완전히 사라지고 눈빛으로만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며 묵묵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강력한지 맞바람의 힘에 밀려 뒷걸음질 칠때가 수시로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구간이 시련과 축복의 구간이라는 말대로 눈앞에 펼쳐진 피레네 산맥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푸른 하늘과 구름을 뒤로한 채 장엄하고 웅장한 산맥과 그 산을 뒤덮고 있는 초록은 실로 장관이었습니다.  또한 산맥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방목되고 있는 말과 소, 양들은 대자연이 제공하는 풍요와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육체적인 시련과 눈 앞에 펼쳐진 절경에 대한 감탄을 반복하며 가다 보니 '롤랑의 샘(Fontaine de Roland)'이 나오고, 저희보다 앞서 갔던 몇몇의 순례자들이 앉아서 목을 축이며 쉬고 있습니다.  저희도 잠깐 앉아서 시원한 물을 마시며 휴식을 갖습니다.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다시 물병에 물을 채우고 출발합니다.  왠지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정오가 되었을 때쯤, 아내의 워치를 통해 몇 개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확인합니다.  스페인어로 된 메시지는 저희들의 스페인 입국을 안내하는 내용인 듯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온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페인 나바라(Navarra) 지역이라는 것을 알리듯 큰 표시석이 저희를 맞이합니다.

 


 
왠지 힘이 납니다.  씩씩하게 고지를 향해,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단체로 오신 한국 순례여행자분들이 저희를 앞서서 지나갑니다.  이 분들은 봉고차를 타고 오리손 산장까지 차량으로 올라오셔서 오리손에서 출발하신 분들입니다.  전체 구간을 걷진 않고 일부 구간만 걷는 단체여행 코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후 오늘의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가 내려다보이는 곳,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곳에 다다릅니다.  먼저 온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한숨을 돌리며 경치를 감상하고, 내리막길에 대비해 신발 끈을 새로이 졸라매는 등 하산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론세스바예스까지 4.2km (약 1시간 15분) 남았다는 반가운 표지판을 만납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걸어 내려오다 보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 공립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 de Roncesvalles) 건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감격적인 순례길의 첫 관문에 도착한 것입니다.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순례자들도 감격적인 것 같습니다.  목적지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요청받아 사진을 최대한 멋지게 찍어줍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론세스바예스 공립 알베르게: 성수기에 가면 순례자들이 많아서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후기를 보았기 때문에, 저희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예약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했습니다.  베드와 저녁식사 그리고 아침식사 모두 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론세스바예스는 이 알베르게 외에 다른 알베르게는 없다고 하니, 성수기에 가실 분들은 예약을 하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론세스바예스 공립 알베르게 홈페이지: https://alberguederoncesvalles.com/)


 

(출처: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 홈페이지)

 

 

알베르게 체크인을 마친 후 베드(Bed)를 배정받아 들어갑니다.  저희가 배정받은 베드는 건물의 2층입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갑자기 오른쪽 무릎에 큰 통증이 느껴져 계단을 오르지 못합니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올라와서 짐을 풉니다.
 
침실은 2층 침대 2세트가 하나의 칸막이 안에 마주 보고 배치된 형태로 길게 이어져 있고, 남녀가 구분된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이 따로 있었습니다.  얼마 전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여 환경이 깨끗하고 좋았다는 후기를 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베드도 깨끗하였고 화장실과 샤워장 그리고 주방 등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전체 순례 여정 중에서 묵었던 공립 알베르게 중에서는 단연코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건너편 베드에는 호주에서 온 장년 부부 롭(Rob)과 엘리자베스(Elizabeth)가 사용하였는데, 그다음 날 아침에 작별 선물로 이쁜 코알라 인형 2개를 저희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이 부부는 역방향으로 걷고 있다고 합니다.  즉, 오늘 론세스바예스에서 묵고 내일은 생장 피에드포르로 간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러 가려는데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계속됩니다.  근육(또는 인대)이 많이 상했는지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에 들뜬 마음에 너무 힘차게 오르막을 박차며 오른 탓인지, 신나게 내리막길을 내려온 탓인지, 언제부터 무릎이 아팠는지 떠올려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통증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본인의 흉통을 대비해 챙겨 온 소염진통제를 한 첩 먹고는 샤워를 하고 빨래 세탁을 맡겼습니다.  세탁은 3유로, 건조는 4유로로 총 7유로(EUR)에 아내와 저의 옷가지들을 맡겼습니다.  빨래는 오후 6시 30분 정도에 완료되니 그때 찾아가라고 합니다.  시간이 되어 빨래를 찾아와 정리를 합니다.  두꺼운 등산양말과 티셔츠 일부는 건조가 덜 되어 있어서 침대 손잡이에 펼쳐 넣어 놓은 후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공립 알베르게에서는 대부분 큰 테이블에 여러 순례자들이 둘러앉아서 식사를 하는 커뮤니티 디너(Community Dinner)가 있습니다.  식사를 안 해도 되는 알베르게도 있고, 반드시 커뮤니티 디너에 참여해야 하는 알베르게 즉, 커뮤니티 디너를 먹지 않으면 체크인을 받아주지 않는 알베르게도 있습니다.  론세스바예스 공립 알베르게는 저녁식사가 의무는 아니었지만, 저희는 론세스바예스에 따로 저녁 식사할 장소가 없다고 들어서 저녁식사 신청을 미리 해놓았었습니다.
 
식사 장소로 가니 도우미분이 테이블 자리를 배정해 줍니다.  저희는 가장 큰 테이블을 배정받아 나란히 앉았습니다.  오른쪽으로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온 Jeff 부부가 앉았고, 맞은편에는 일본에서 온 중년 여성분과 스페인에서 온 잘생긴 젊은 청년이 앉았습니다.  왼편으로는 독일에서 혼자 오신 백발의 멋진 여사님과 한국에서 온 아가씨들이 앉았습니다.

 

식사는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 그리고 후식 순으로 구분되어 나왔고 빵과 물, 와인은 테이블별로 공용으로 제공이 되었습니다.  애피타이저는 파스타로 시키고 메인 요리는 아내는 Pork로 저는 Fish로 주문하였습니다.  디저트는 모두 다 동일한 케이크가 한 조각씩 제공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오신 여사님께서 이 지역이 생선이 유명하다고 말씀해주십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생선살이 정말로 맛있습니다.

 

 

 

고단한 순례길 후의 식사라 그런지 음식 맛은 훌륭했고 한 모금씩 마시는 와인은 지친 피로를 풀어주는 듯했습니다.  그 자리에 둘러앉은 모두가 저녁 만찬을 즐기는 듯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후 내일 출발할 채비를 해놓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밤 10시가 되면 전체 소등을 합니다.  잠자리에 누워 아픈 무릎을 조심스레 접었다 펴 봅니다.  여전히 많이 아픕니다.  이제 첫날인데 벌써 무릎이 망가지다니, 전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맘이 드는 것도 잠시, 바로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과연 저희는 이 길을 다 완주할 수 있을까요?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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