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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10-1] 스페인 최고의 포도주가 생산되는 라 리오하(La Rioja)지방의 중심도시, 로그로뇨(Logroño)로!

by 완자야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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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라 리오하

 
 
 
2023년 10월 20일(금)
라 리오하(La Rioja) 지방은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자치주임에도 불구하고,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옛날부터 늘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일어났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라 리오하의 비옥한 토양이 이 지역 사람들에게 선사해 준 최고의 선물은 바로 포도주였다고 합니다.  스페인에서 라 리오하 만큼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는 지역은 없다고 하네요.  특히 적포도주는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로그로뇨(Logroño)는 바로 그 라 리오하 지방의 중심도시이자 주도()입니다.
 
오늘 저희는 바로 그 로그로뇨로 갑니다.  단 둘이서 걷는 길도 좋았지만, 패밀리들과 함께 걷는 길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가는 길에서 큰 영감(Inspiration)을 주셨던 '사이먼' 아저씨도 만날 수 있었던 길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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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 로그로뇨(Logroño)

이동거리: 약 27.9km (숙소까지 약 30km)

출발시간: 06시 10분

도착시간: 16시 10분

도착숙소: Hotel Logroño Parque  /  Hotel FG Logroño (호텔)

 
 
 
이른 새벽, 캄캄한 숙소 안이 부산스럽습니다.  부지런한 패밀리들이 벌써 일어나 가방을 꾸리고 있습니다.  저도 일어나서 출발할 채비를 합니다.  밖으로 나가보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모두들 비옷을 단단히 입고 다 같이 출발하였습니다.  산타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앞을 지나 로스 아르코스 마을을 빠져나오니 흙길로 접어듭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캄캄합니다.  다들 손전등과 헤드랜턴으로 길을 비추며 비바람을 뚫고 나아갑니다.  밤새 내린 비로 인해 흙길은 질었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어 걷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빗물은 어느새 신발 안으로 스며들어와 걸을 때마다 젖은 신발 안을 밟는 유쾌하지 않은 느낌을 느끼며 걸어갑니다.

 
 
 
젖은 흙길의 표면은 진흙처럼 변하여 미끄러웠습니다.  걷기 좋은 길은 어느새 물이 고여 발을 내딛기 어려워져 갓길의 경사면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는 구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러다가 경사면을 따라 걷던 '따수미'양은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누군가는 손을 내밀어 넘어진 이를 일으켜주고, 또 누군가는 배낭을 내려 물티슈와 손수건을 꺼내서 건네어 닦아주며, 또 누군가는 넘어진 이가 다치진 않았는지 살펴 확인을 합니다.  천사 같은 이 사람들을 이 먼 타국에서 우연히 만나고 함께 걸을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음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큰 축복입니다.
 
1~2시간가량을 걸어가니 흙길이 끝나고 아스팔트 도로길이 나옵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렸지만, 아스팔트 길이 나오니 그나마 걷기는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아침 7시 50분, 아침해가 떠오르며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 듯했지만 비구름으로 인해 손전등과 헤드랜턴을 끄고 걷기에는 아직 어두컴컴하였습니다.

     
 

 
아스팔트 차도를 따라 걸을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보통은 차도 옆으로 순례길이 따로 조성이 되어 있으나, 이렇게 별도의 순례길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비 오는 컴컴한 새벽이라 길이 있었는데 저희가 못 봤을 수도 있지만 저희는 차도를 따라 걸어갔습니다.  이른 새벽엔 차가 거의 다니진 않지만 가끔 차량이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캄캄한 운전자의 시야에 자칫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기에 차도를 걸을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점점 하늘이 밝아오고 저만치 앞에 아름다운 마을 풍경이 보입니다.  산솔(Sansol)이라는 이름이 이쁜 마을입니다.  모르는 것이 없는 '도냐'양에 의하면 산솔 마을은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좋은 알베르게들이 있어서, 로스 아르코스에 묵지 않고 산솔까지 와서 묵고 가는 순례자들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산솔 마을에서 내려와 순례길로 합류하는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산솔 마을을 지나자마자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ío)라는 마을이 나옵니다.  뷰가 좋은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따뜻한 커피와 하몽(Jamón)이 들어간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합니다.  비가 그치고 완전히 떠오른 태양이 아름다운 뷰를 제공합니다.  비에 젖고 배고프고 넘어져 몸은 다들 힘들었지만, 기분은 상쾌합니다.  아침식사 후 비옷을 벗어서 잘 털어 배낭에 넣거나, 젖은 양말을 벗고 새 양말로 갈아 신는 등 각자 정비를 하고 출발합니다.


*카페 이름은 Bar Restaurante San Andres Torres del Rio입니다.
(위치정보: https://maps.app.goo.gl/ggAjqeX9Vp2Nv69c9)
그다음 마을인 비아나(Viana)까지는 약 11km 정도를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순례자분들은 이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 마을에서 식사를 하고 가실 것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비아나(Viana) 마을에서 로그로뇨까지도 약 10km가량 중간에 마을이 없이 한 번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비아나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마을을 벗어나 흙길로 접어들어 걸어갑니다.  그때 저 앞에 익숙한 뒷모습의 순례자가 보입니다.  며칠 전 에스떼야에서 로스 아르코스로 가던 길에 만나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고, 로스 아르코스에서도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어서 눈인사를 했었던 '사이먼' 아저씨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오신 '사이먼' 아저씨를 저는 외모와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체력을 보고 한 50대 중반 정도로 봤었는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60대 중반이라고 합니다.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이먼' 아저씨는 쉰이 되던 해에 은퇴를 하고 그동안에 모아놓은 자금으로 투자활동을 하며 일 년 중 수개월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보낸다고 합니다.  여행 중에는 새로운 투자상품을 살펴보면서요.  순례길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하네요.
 
'사이먼' 아저씨의 이야기에 저도 자연스레 저의 이야기를 잠깐 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이상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40대의 가장으로 새로운 변화와 도전 앞에서 아내와 함께 순례길을 걷게 된 이야기, 막상 걸어보니 예상치 못했던 몸의 이상으로(무릎이 여전히 아팠습니다.) 힘이 들어 과연 잘 완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그리고 순례길 이후의 새로운 진로에 대한 고민들 등 저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네요.
 
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던 '사이먼' 아저씨는 저에게 몇 마디 해 주셨습니다.  그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Listen to your body."  처음에 세운 계획대로 목적지(산티아고)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계획한 일정보다 늦게 도착해도 괜찮다, 그저 네 몸이 네게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듣고 따라가라는 이 말은, 남들과 비교하며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따라갈 필요가 없지 않냐, 너는 너만의 기준을 따라 네 속도로 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저에게 반문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Don't worry about the way, if you go with a faith, you will find a way."  네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서 염려하지 마라, 네 스스로의 확고한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간다면 넌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말.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던 제 마음을 확인하고,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불안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이먼' 아저씨께서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믿음'이란 단어를 사용하시진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니 '사이먼' 아저씨가 해주신 조언은 나중에 제가 걷는 이 길이 '순례의 길(육체적인 고난을 견디며 걸어내야만 하는 길, 그래서 어쩌면 고행의 길)'이 아니라 '순례 여행'이 될 수 있게끔 해준 조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이먼' 아저씨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그 길 이후 '사이먼' 아저씨는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만약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고마웠다는 인사를 꼭 해드리고 싶네요.  '사이먼' 아저씨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라봅니다.
 
'사이먼' 아저씨와의 마지막 사진을 찍어준 미남 동생 '안티모'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비 온 뒤의 남은 구름들과 파란 하늘 그리고 좌우로 넓게 펼쳐진 논과 밭들이 한데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합니다.  패밀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말동무를 바꿔가며 걸어갑니다.  때론 묵묵히 걷다가 때론 하하 호호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습니다.

 
 
 
이 길을 먼저 걸었던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이 나와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돌을 하나씩 더 합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나면 그냥 지나쳤을 무화과 나무가 나와 무화과 열매를 따서 맛을 봅니다.  자그마한 언덕에 올라서는 배낭을 내리고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말리며 쉼을 가져봅니다.  '선생님'은 언제 보셨는지 길에서 '로즈메리'도 한 움큼 꺾어오셨네요.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모두들 그저 '우와' 탄성을 내지릅니다.  카메라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누르다가, 어느새 조용히 앉아 광활하게 펼쳐진 대자연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길고 지루할 줄만 알았던 길을 금세 다 걸어와 어느새 비아나(Viana)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걸어와서 그런지 모두들 체력이 많이 소진된 듯합니다.  따뜻한 실내에 들어가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몇 군데 들어가 본 카페나 바에는 따뜻한 음식이 없습니다.  샌드위치나 타파스 위주의 음식들 뿐입니다.  그러다가 겨우 한 곳을 발견하여 들어갔습니다.  물론 여기도 파스타나 수프 같은 메뉴는 주문은 안되었으나, 샌드위치 안에 들어가는 오믈렛을 따뜻하게 새로 만들어 제공을 해주어서, 어느 정도 몸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간이 싱거워서 케첩을 좀 많이 달라고 했더니 유쾌한 사장님께서 케첩을 정말로 많이 주셨습니다.  카페 이름은 Dunas Cafe였습니다.
(카페 위치: https://maps.app.goo.gl/yPL8MJEuVMKze7fu5)

 
 
 
'선생님'께서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신지 여기서 택시를 잡아타고 로그로뇨로 바로 이동하기로 하고, 천사 같은 '도나'양이 선생님을 위해 함께 택시를 타고 선생님을 모시고 가기로 합니다.  나머지는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갑니다.  마치 한국의 그것과 같은 반가운 소나무 숲을 지나고, 육교를 통해 길게 뻗은 도로를 건너갑니다.  육교 위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여성 순례자분도 만났습니다.  에너지가 넘쳐보이는 반려견과 함께 산티아고에서 출발해서 역방향으로 걷고 있는 순례자였습니다.  생장 피에드포르까지 가냐고 물어보니 "이스라엘"까지 간다고 합니다.  세상은 넓었습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있습니다.  서로의 건투를 빌어주며 각자의 길을 걸어갑니다.

 
 
 
 
과연 라 리오하 지방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도록 엄청나게 넓은 포도나무밭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라 리오하 지방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마침내 로그로뇨(Logroño)에 들어옵니다.  이쁘게 도색한 아담한 주택과 줄지어 늘어선 한국의 미루나무 비슷하게 생긴 나무를 지나 피에드라 다리(Puente de Piedra)를 통해 에브로 강(Río Ebro)을 건너 로그로뇨 시내에 입성합니다.  에브로 강은 큰 강이라고 하여 조사를 해보니, 스페인 칸타브리아 산맥에서 발원하여 스페인 동남쪽을 관통하여 지중해로 흘러드는 강이며 스페인에서 유량이 가장 많은 강이라고 합니다.  구글 지도를 통해 에브로 강의 발원지에서부터 지중해까지 따라가 보니 과연 큰 강인 것 같습니다.


*피에드라 다리(Puente de Piedra): 로그로뇨로 들어오는 모든 순례자는 이 다리를 건너 로그로뇨로 들어오게 됩니다.
(위치정보: https://maps.app.goo.gl/arkFeVzebrcQiqSw5)


 
 
피에드라 다리에서 바라본 로그로뇨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에 당도했다는 성취감에 아내와 셀피를 찍어봅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보면 그날의 바람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됩니다.

 
 
 
사실 오늘 아침 출발부터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지난밤에 저도 잠자리가 불편했었는데, 아내는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라고 합니다.  잠자리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이른 새벽부터 내린 비에 젖은 몸으로 바람에 맞서 벌벌 떨며 길을 걸은 등 아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저희는 로그로뇨에서 호텔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여성 패밀리들은 로그로뇨 초입에 있는 사립 알베르게 위네데르풀(Winederful Hostel & Café Alojamiento en Logroño)에서, 잘생긴 '안티모' 동생은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는 공립 알베르게(Albergue Parroquial Santiago El Real)에서 헤어지고 저희는 저희가 예약할 호텔인 Hotel Logroño Parque까지 더 걸어 들어갑니다.  지금부터는 까미노닌자 앱이 아닌 구글맵의 길을 따라 걸어들어갑니다.


*위네데르풀 사립 알베르게: 조리가 가능한 주방이 갖추어져 있으며, 굉장히 깨끗하고 청결해 보이는 숙소였습니다.
(위치: https://maps.app.goo.gl/eBtBx5fjvDVCCgU17)
 
*공립 알베르게: 기부제로 운영되는 알베르게이며, 순례자들끼리 다 같이 저녁식사를 직접 요리해서 먹는 커뮤니티 디너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는 순례자분들이라면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치: https://maps.app.goo.gl/QpzU255Djp8ZyUmd9)
 
*Hotel Logroño Parque: 호텔 컨디션은 괜찮았습니다.  단, 로그로뇨 시내를 빠져나가는 길목에 있어서 시내 진입 후에도 한참 더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로그로뇨 공립알베르게에서 약 2km 정도, 도보로 약 30분가량 더 걸어가야 합니다.  이 부분은 도착할 때는 단점이 될 수 있으나, 그다음 날 출발할 때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들의 경험을 토대로 순례길에서 대도시에서 묵을 때 일반 알베르게가 아닌 호텔급에 묵으시려는 분들께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순례길을 걸으며 경험해 본 스페인 대도시의 숙박업소 가격은, 주말이 되면 비싸지고 주중에는 낮아졌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로그로뇨에 도착한 날이 금요일이라 그런지 거의 모든 호텔들의 1박 요금이 대부분 한화(KRW)로 20만 원, 조금 좋아 보이는 데는 30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저희가 묵은 호텔은 그나마 시 외곽에 있다 보니 조금 쌌던 것 같아요.  저희는 약 18만 원 정도에 묵었습니다.  아무튼, 순례길 중 대도시(팜플로나, 로그로뇨, 부르고스, 레온, 산티아고)는 주말이 아닌 주중에 묵는 방향으로 일정을 짜신다면, 순례길에 드는 비용을 조금 더 절약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패밀리들이 숙소에 도착을 하였음에도 저희는 약 2km를 더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저희를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로그로뇨 도착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약 30여분을 더 걸어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저희는 거의 녹초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저희는 일단 짐을 풀고 샤워를 했습니다.  내 몸의 모든 피로를 씻어내려는 듯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오니 몸이 더워졌습니다.  이제 입었던 옷가지들을 가지고 호텔 근처에 있는 세탁방으로 가서 빨래를 합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기다렸다가 건조기를 돌립니다.  알베르게가 아닌 호텔에 묵었을 때의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탁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탁방의 가격은, 기계 용량에 따라 세탁기 사용이 5~7유로(EUR), 건조기 사용이 8분당 1~1.5유로(EUR)입니다.  현금이 아니라 카드로 결제하면 세탁비는 조금 할인이 됩니다.
 
(세탁방 위치: 여기는 로그로뇨 시내 중심가에서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시내 중심가에 더 가까운 곳을 찾아가시길 추천합니다.  세탁방 가격대 수준을 참고해 주세요.  다른 대도시들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https://maps.app.goo.gl/rehcpTc4C57PQMsA9)

 
 
 
이제 저희 패밀리는 로그로뇨 시내에서 타파스 거리에서 저녁식사를 하려고 모였습니다.  로그로뇨 중심가의 타파스 거리는 주말을 즐기러 나온 현지 사람들로 매우 붐볐습니다.  즐겁게 주말 저녁을 즐기는 현지 사람들을 보는 게 재미있습니다.
 
저희는 기가 막힌 양송이버섯 요리를 시작으로, 중국식 꼬치가 생각나는 고기와 두부 등 여러 가지 꼬치구이들, 스페인의 유명한 문어요리인 뽈뽀, 깔라마리 튀김, 스페인식 순대 모르찌야 그리고 마지막 후식으로 케이크까지 무려 11차에 이르는 타파스 거리 투어를 하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밤이었습니다.


*로그로뇨 타파스 거리: 구글지도 앱을 열고 로그로뇨 도시 위에서 Tapas Street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들렀던 곳 중의 하나인 양송이 요리 맛이 기가막혔 곳 Bar Ángel의 위치를 공유합니다.  타파스 거리는 이 바(Bar) 주변이 다 타파스 거리 입니다. (Bar Ángel의 위치: https://maps.app.goo.gl/Znfz6Fh52iCQrvzJ8)
 
알고 가야할 점은, 앉아서 식사하는 곳은 별로 없고 모두 서서 먹고 마시는 곳들입니다.  내부에 앉을 자리가 조금 있는 곳도 있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서 있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앉는 건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하루 종일 걸으신 순례자 분들이라면 다리가 조금 아프실 거에요ㅎㅎ.


 
 
 
모든 음식들이 다 맛이 있었습니다.  그런 말이 있다지요, '무엇을 먹느냐 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는 음식은 모두가 다 일품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입을 사로잡았던 음료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칼리모초(Calimocho)'입니다.  적포도주에 콜라를 석은 이 음료는 술이 약한 저의 입맛에 너무나 잘 맞았습니다.  이 칼리모초에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경상도 출신인 저의 억양이 재미있는지 제가 “칼리모초”라고 하면 옆에 있던 ‘예슬’양이 제 억양을 흉내내며 놀려서 다같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스페인을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드셔보세요.  시원한 얼음과 함께 드시길 추천합니다.


*칼리모초(Calimocho): 칼리모초(calimocho, kalimotxo, 바스크어 발음: [ka.li.mo.tʃo], 스페인어 발음: [ka.li.ˈmo.tʃo])는 적포도주와 콜라 베이스의 청량음료로 만든 음료이며, 1953년 스페인에서 최초의 코카콜라 공장이 문을 열었고, 이후 칼리모초는 재탄생하여 1972년에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아공에서는 katemba, 모잠비크에서는 cátembe,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및 기타 발칸 국가에서는 bambus(대나무), 칠레에서는 jote(검은 독수리), 아르헨티나에서는 jesus juice라고도 부른다.  위키백과의 설명을 참고하였습니다.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B9%BC%EB%A6%AC%EB%AA%A8%EC%B4%88)


 
 
 
밤 11시, 여전히 로그로뇨의 타파스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이제 시작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있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피로한 순례자들입니다.  다들 체력이 고갈되어 마무리를 하고 각자의 숙소로 헤어져 들어갑니다.  저희는 로그로뇨에서 연박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패밀리들도 연박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내일은 로그로뇨의 데카트론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선생님'과의 마지막 최후의 만찬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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