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20-7] 레온(Leon)에서의 마지막 밤

by 완자야 2024. 3. 15.
반응형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레온

 
 


2023년 11월 4일(토)
오늘은 레온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번 까리온(Carrión de los Condes)에서의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와 아내는 더 걷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걷지 않고 잠깐 멈추기로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네, 저희들의 다리 회복을 위해 휴식을 갖기로 결정을 했고, 레온에서 4박 5일간의 휴식을 가진 것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19] 순례여행의 대전환점,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ón de los Condes)로 가다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

elinprince.richandhappy.co.kr

 
 
지난 11월 1일, 저희는 까리온에서 레온으로 약 94.5km의 거리를 버스로 '점프' 하는 바람에 그동안 함께 걸어왔던 패밀리들과는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는 레온에 먼저 도착해서 휴식시간을 가졌고, 저희 패밀리들은 매일같이 부지런히 걷고 걸어서 드디어 오늘(11월 4일) 레온에 도착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 패밀리들이 도착을 하면 같은 숙소에서 같이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패밀리들을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아내도 저도 기쁘고 들뜨고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오늘의 만남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늘의 저녁식사가 최후의 만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 저희들의 기분을 말해주는 듯,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부슬부슬,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이 두드리는 소리에 객실방 천장에 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저희가 묵은 숙소(Hotel Alda Casco Antiguo)의 체크아웃시간은 낮 12시였기 때문에 시간이 좀 있었습니다. 대충 배낭을 꾸린 후에 그동안 밀렸던 빨래를 하러 나갔습니다. 옷가지를 넣은 가방을 메고 부슬부슬,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갑니다. 세탁방은 숙소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미지출처: 구글맵)

 
*세탁방(METROMATIC Lavanderia Autoservicio Leon): 특별히 이 곳이 좋아서 찾아갔다기보다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갔습니다. (위치: https://maps.app.goo.gl/Rxdit3bPmAKd8MJM9)
 
순례길에서 갔던 세탁방들의 가격은 보통 세탁기 사용요금건조기 사용요금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세탁기 사용요금은 기본적으로 단일 사용요금이 동일합니다. 만약 대용량 세탁기가 있다면 대용량은 조금 더 높습니다. 건조기 사용요금은 기본적으로 분단위로 요금이 달라집니다. 저희 경험한 보통 저렴한 곳은 세탁+건조 포함한 가격으로 8~9유로, 조금 비싼 곳은 9~10유로 정도 되었습니다.
 
세탁/건조 요금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로그로뇨 편에서 한번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로그로뇨 편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이미지에 링크를 걸어놓았으니 이미지를 눌러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로그로뇨 편 이야기로 갑니다.)


 
 
세탁기는 보통 30~40분 정도 돌아가고, 건조기는 내가 원하는 만큼 돌릴 수 있으나 보통 20~30분 정도는 돌려야 어느 정도 건조가 됩니다. 약 30여분을 기다려야 하여 근처에서 간단히 커피나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구글맵을 켜고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근처에 아내가 좋아하는 Chocolate con Churros가 나오는 카페가 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습니다.
 

 
*La Antigua churreria 카페 : 
여기도 구글맵 별점 4점대에 본인들만의 홈페이지가 있고 마드리드와 레온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는 유명한 곳인 듯 합니다.
 - 홈페이지: http://www.laantiguachurreria.com/
 - 구글맵 위치: https://maps.app.goo.gl/fbAFMrdBPRqKRsVJ9
 
초코라떼를 레온에서 즐겨 먹어서 그런지 저희들에게 초코라떼의 맛 기준은 발로르(Valor)의 초코라떼가 되어버렸습니다. 비교해 보자면, 이 카페의 초코라떼는 발로르의 초코라떼에 비해서 많이 묽었습니다. 뻑뻑함이 부족하고 달기는 훨씬 더 달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발로르의 초코라떼가 더 낫습니다. 단, 이곳의 츄로스는 발로르의 츄로스보다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츄로스에 살짝 간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곳에는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누텔라(Nutella) 츄로스가 메뉴에 있었습니다. 비록 먹어보진 못했습니다만, 아마 분명히 맛있을 겁니다. 누텔라니까요ㅎ.

(이미지 출처: 구글맵)


 
 
비 오는 날 아침 따뜻하고 달달한 초코라떼를 마시니 좋긴 합니다. 세탁방으로 돌아가보니 이제 막 저희들의 세탁물이 다 된 것 같습니다. 아직 건조기의 훈풍이 남아 있는 옷가지들을 하나씩 접어서 가방에 넣고 숙소로 숙소로 돌아갑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의 기모 바지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추위가 10월 마지막주부터 시작이 되었었고 비까지 내리니 더 춥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을 감안하여 레온에서 하나 장만을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꾸리고 체크아웃을 하였습니다. 오늘 저녁 우리 패밀리들과 함께 묵을 숙소로 옮기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새파란 색깔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패밀리들과 함께 묵을 숙소는 '미카엘라'양이 예약을 해주었는데, 저희 숙소에서 도보로 2분 거리, 레온 대성당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Globetrotter Urban Hostel이라는 사립 알베르게였습니다. 숙소는 가까이에 있어서 금방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문 앞의 안내문을 읽어보니 반대편에 있는 Hostal Albany 카운터로 가면 체크인을 도와줄 것이라고 합니다. 안내된 대로 가보니 직원이 있고 간단한 안내를 받은 뒤 체크인을 하였습니다.
 

 
*Globetrotter Urban Hostel 사립 알베르게: 객실은 개별 커튼이 있는 벙커 베드 형식으로 되어 있고, 남녀가 구분된 공용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었습니다. 또한 조리가 가능한 주방이 있었습니다.
 
이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레온 대성당 바로 앞 골목의 초입에 있는 곳으로 위치가 매우 좋아서 레온 대성당을 중심으로 어디든 접근성이 좋습니다. 또 본인 베드 앞에 개별 커튼이 있어서 알베르게 객실이지만 조금 더 독립성이 보장이 되었습니다.
 
단점으로는 화장실이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비수기라서 사람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으나 만약 성수기에 사람이 많이 묵는다면 화장실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주방이 생각보다 많이 좁고 불편습니다. 냄비와 팬이 하나씩 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인던션이 단 1구 뿐이었으며, 공간도 좁아서 무언가 조리를 해 먹기에는 상당히 '불편'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천사였던 '도나'양이 잠깐 투덜대기도 하였습니다.
 
 - 숙소 위치: https://maps.app.goo.gl/oAJKFXXLBotLqjYGA
 
 
레온이 이 지역의 중심 도시이자 관광지라고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이 숙소에서 묵으면서였습니다. 숙소에는 순례자들 이외에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 개인 사업차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저희는 8인실 객실에 묵었는데 저희 패밀리들 6명 외에 나머지 2명은 스페인 현지의 젊은 청년 2명이었습니다. 그들은 본인들의 베드에 기대앉아서 공부를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대화를 해보니 그들은 레온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들이었고, 내일 레온에서 어떤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하루 전날인 오늘 레온으로 올라와 묵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숙소 체크인을 마친 후 아내와 함께 나가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레온에서의 마지막 점심식사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스페인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메르카도나(MERCADONA)에 갔습니다. 저녁에 먹을 먹거리도 사고, 무엇보다 아내가 차가운 바람을 뚫고 열심히 걸어온 패밀리들을 위해 만들 '뱅쇼'의 재료를 샀습니다.
 

 
 
레온에서 패밀리들을 기다리며 들어보니 날씨가 너무 추워서 다들 감기에 걸리는 등 힘들어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프랑스의 천연 감기약'이라 불리는 '뱅쇼(Vin Chaud)' 를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그동안 저에겐 한 번도 만들어주지 않던 뱅쇼를 이 먼 곳 타국에서 패밀리들을 위해서 만들어주겠다니, 아내도 어느새 천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뱅쇼는 프랑스어로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인데, 와인에 여러 과일과 계피를 넣어서 끓여내어 만드는 음료로 보통 프랑스에서 겨울철에 많이 마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에는 대형 커피프랜차이즈에서도 많이 선보이고 있고 따뜻하게 마시거나 차게 마실 수도 있다고 합니다. 뱅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 뱅쇼 네이버 지식백과 바로가기 )
 
 
 
드디어 패밀리들이 도착했습니다. 다시 만난 것에 대한 감격과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그간의 소식들을 나누느라 서로서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재회의 회포를 간단히 푼 후 패밀리들은 짐을 풀고 씻고 저녁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저녁식사에는 프로미스타에서 친해진 영국 청년 루이스도 같이 했습니다.
 

 
 
먼저 아내가 준비한 따뜻한 뱅쇼를 애피타이저로 마십니다. 스페인 현지에서 산 와인과 과일 그리고 계피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따뜻하고 맛이 좋습니다.
 
메인 요리로는 '도나'양의 오삼불고기를 중심으로 스페인 현지의 하몽과 치즈 그리고 올리브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여기에 스페인 현지의 와인까지 더해지니 간단한 저녁식사는 훌륭한 만찬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만인에게 균등하다고 하지만, 시간의 체감 속도는 순간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의 체감 속도는 너무나 빠른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밤 9시를 넘어 10시가 다되어 가고 있습니다. 얼른 식사를 마무리하고 정리를 한 후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차가운 가을밤공기 속에서 레온 대성당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성당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안티모' 동생을 바라봅니다. 나이는 저와 1살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늘 저를 존중해 주고 잘 대해준 고마운 '안티모' 동생의 큰 눈망울이 유난히 더욱 반짝이는 듯합니다.
 

 
 
내일 저와 아내는 레온을 떠나고, 오늘 레온에 도착한 패밀리들은 레온에서 하루 더 묵으며 휴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다시 이별을 해야 합니다. 아쉽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순례의 한 부분이고, 여행의 한 부분이며, 인생의 한 부분이리라 위로해 봅니다. 이별의 아쉬움이 큰 만큼, 다음에 있을 만남의 기쁨도 더 클 것입니다.
 
레온의 밤거리를 서성이다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밤 중에서 가장 싱숭생숭한 밤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