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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29] 아르수아(Arzúa)로 갑니다.

by 완자야 2024.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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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순례길 아르수아(Arzua)

 

 

 

2023년 11월 13일(월)

오늘은 아르수아(Arzúa)로 갑니다.

아르수아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나 예술적인 유산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여러 종류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 현대적인 도시라고 합니다. 아르수아는 특별한 매력이 많은 도시인데,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아르수아에서 생산되는 치즈라고 합니다.

 

철저한 원산지 표기를 통해서 보호되는 아르수아의 치즈둥글넓적한 모양으로 만들자마자 먹거나 6일 정도 숙성을 한 후 반 건조 상태로 먹는다고 합니다. 옅은 노란색을 띠는 아르수아의 치즈는 우유와 응유효소(우유를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는 효소) 그리고 소금으로 만들며 맛은 떼띠야 치즈(Queso Tetilla)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며 약간 신맛이 난다고 합니다. 가장 좋은 최상품으로 평가받는 치즈는 데 나비사(de Nabiza, 무)라고 부르며 겨울 동안 무를 먹은 암소의 우유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순례길을 출발하기 전에 이런 정보들을 모두 다 알고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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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멜리데(Melide) - 아르수아(Arzúa)

이동거리: 약 14.2km

출발시간: 09시 20분

도착시간: 13시 00분

도착숙소: Albergue Pension Pereiro (사립)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테지만 순례길을 걸으며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내리막 다음에는 오르막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저께 밤에 단잠을 잤다면 어제 밤에는 밤잠을 설쳤습니다. 특히 아내도 잠자리가 영 불편했는지 밤새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주부터 계속된 목의 담과 어깨결림에 오늘은 허리도 아프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하루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오늘 걸어야 할 목표거리가 짧아서 다행입니다.

 

따뜻한 온수에 굳은 몸을 풀고 오늘의 길을 걸을 준비를 합니다. 2인실 호스텔에 묵으면 좋은 점은 첫째, 아침에 천천히 온수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둘째, 주변 사람 신경쓰지 않고 나의 배낭을 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출구로 나가보니 비가 오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올 듯 합니다. 비옷 상의와 하의(바지)를 꺼내어 입고 출발합니다. 아내는 비옷 하의가 불편하다고 하여 상의만 입고 출발했습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츄로스 전문 카페 츄레리아(Churreria)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합니다.

(*Churrería Léveda 카페 위치 https://maps.app.goo.gl/Caq1cxU6ZRF8EyQ76)

 

 

멜리데를 벗어나고 본격적인 순례길로 접어듭니다. 순례길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 비로 젖어있습니다. 가을비를 맞고 떨어진 낙엽들이 아니었으면 걷기가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멜리데를 벗어나고 얼마 안가서 비가 그치기 시작합니다. 날씨도 어제 만큼 춥지가 않은데다 중간 중간에 오르막 구간이 있어서 덥고 땀이 났습니다.

 

아내와 저는 비옷 상의를 벗어서 배낭에 집어넣었습니다. 비옷을 벗으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비옷의 바람막이 효과를 다시 한번 느끼면서 걸어갑니다.

 

오늘 순례길의 첫번째 마을인 보엔떼(Boente)를 지나갑니다. 이 마을에는 레몬 나무가 많았습니다.

 

 

한 삼십여분 정도 갔을까,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경험상 곧 그칠 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저 멀리 내다보이는 하늘에는 컴컴한 비구름이 가득하고 그 아래로 비도 제법 많이 오고 있는 듯 합니다.

 

다시 비옷 상의를 입기로 하고 서로의 배낭에서 비옷을 꺼내어 입습니다. 비옷을 입고 조금 걸어가다보니 다시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비는 내리고, 비옷을 입은채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금방 더워지고 땀이 흐릅니다.

 

땀은 비옷 안으로 스며든 빗물과 섞여 흐르고 몸은 마치 비닐 하우스 안에 들어있는 것 처럼 습기가 가득하고 기분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내는 그 불편함이 더 싫었던 것 같습니다.

 

"어유, 이놈의 비옷, 정말 지긋지긋해"

 

아내는 걸음을 멈추고 비옷 상의를 벗어서 가방에 집어넣고는 그냥 비를 맞으면서 걷기 시작합니다. 저희가 걸은 날들 중 맑은 날보다 비가 온 날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비옷을 입고 걸으면 정말로 불편합니다.

 

 

그 후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약 두어시간을 더 걸어서 아르수아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홀딱 젖어 있었고 떨어진 체온으로 인해 추위에 벌벌 떨었습니다.

 

체크인 가능한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라서 약 30분을 기다려야 했으나, 다행히도 숙소 안에 직원분이 문을 열어주셔서 안으로 들어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체온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배낭을 풀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약 30여분 뒤 주인 아주머니가 도착하셨고 저희는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으로 들어와 옷을 벗으니, 하루 종일 비옷을 입고 걸었던 저도 홀딱 젖어 있었습니다.


* Pensión Casa do cabo 숙소:

얼마전 새로 인테리어를 마친 듯한 새 건물 같은 느낌으로 새 하얀 외벽깔끔한 내부 인테리어가 돋보였던 숙소였습니다.

(출처: 구글)

 

방 내부와 공용공간 모두 다 청결하였고, 침구 또한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출처: 구글)

 

주방 사용은 안되었으나, 객실마다 독립된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방마다 라디에이터가 있어서 젖은 옷을 말리기에도 용이하고 좋았습니다.

 

- 숙소 위치: https://maps.app.goo.gl/6D2umcZth6Eayx4E8


 

 

짧은 이동 거리로 인해서 식사를 하지 않고 바로 걸어왔기 때문에 저희는 따뜻한 온수샤워를 마치고 개인정비를 끝낸후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슬리퍼(쪼리)를 신고, 검색을 통해 찾아낸 맛집으로 갔습니다.

 

그 곳은 바로 Pulpería Parrillada Europa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요, 식당 이름을 보고선 문어요리(Pulpo) 전문 식당인 줄로만 알았는데, 리뷰를 보니 여기 스테이크가 맛이 있다고 하여 찾아간 곳이었습니다.

 

식당은 평범해 보이는 식당이었는데요, 안으로 들어가니 다소 괄괄해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테이블 안내를 해주시고 메뉴판을 주셨습니다.

 

메뉴를 훑어봐도 무엇을 시켜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일단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저희 바로 옆자리에는 건장해보이는 덩치의 약 30대로 보이는 청년 4명이 테이블 한가운데에 갓 바베큐된 고기를 잔뜩 쌓아놓고 식사를 막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옆 테이블을 가리키며 같은 메뉴 2인분과 고추튀김 요리를 시켰고, 맛있는 바베큐 스테이크를 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 Pulpería Parrillada Europa 식당 위치: https://maps.app.goo.gl/eZFEgpvTJLFgeceq8

 

저희가 주문한 요리는 슈하스코 또는 슈하스쿠(Churrasco)라고 하는 건데요, 네이버 스페인어 사전에서는 '추라스꼬'라고 되어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모두 '슈하스코(꼬)'라고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슈하스코는 철판이나 석쇠에 구운 불고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갓 구워나온 듯한 불향이 가득한 느낌의 바베큐식 스테이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끝에는 탄 부분들도 있었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고기의 맛을 더해주는 듯 했습니다.  

 

 

감자 튀김은 고기를 시키니 같이 나오는 것 같았구요,

 

우리의 사랑 고추 튀김 요리(Pimientos de padrón)도 일품이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의 식당에서는 항상 이 고추 요리를 시켜 먹었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마친 저희는 슈퍼마켓에 사서 간식거리를 사온 후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비를 맞고 걸어 춥고 힘들었지, 달달한 감식을 많이 사왔습니다.

 

 

누텔라를 빵에 발라먹지 않고 그냥 떠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내일은 오페드로우소로 갑니다. 오페드로우소 다음에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느낌은 이상하고 묘했습니다.

 

그럼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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