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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27]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로 갑니다.

by 완자야 202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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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팔라스 데 레이

 

 

2023년 11월 11일(토)

오늘은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로 갑니다.

이 마을 이름은 ‘왕의 궁전(El Palacio de un Rey)'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옛날 서고트 왕국의 왕 '위티사'가 그의 아버지인 '에히까'의 통치기간 동안 갈리시아 지방의 총독을 맡아서 살던 궁전이 있었던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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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포르토마린(Portomarín)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이동거리: 약 24.8km

출발시간: 08시 40분

도착시간: 15시 00분

도착숙소: Casa Curo (사립)

 

 

숙소 밖으로 나오니 어제 밤새 내린 비로 인해서인지 길바닥은 젖어 있습니다. 미뇨강에서 불어오는 듯한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을 입구 근처에 이르자 따뜻해 보이는 노란색 조명의 카페가 보이고, 카페의 밖에는 오늘의 순례길을 떠나기 위해 채비를 하는 순례자들이, 안에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순례자들이 보입니다. 숙소에서 간단히 요거트를 먹고 출발하였지만, 아내는 이 카페에서 Chocolate con Churros를 먹고 싶습니다.

 

 

분위기 좋은 마을인 포르토마린에서 달콤한 아침식사를 하고 있으니 문이 열리며 새로운 순례자 손님들이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크리스와 수잔 부부입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크리스와 수잔 부부는 반대편 테이블에 자리를 잡습니다. 미국 텍사스에서 온 이 크리스와 수잔 부부는 이후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가는 까미노에서 저희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와 수잔 부부와 눈 인사를 나눈 후 저희는 먼저 출발했습니다. 까미노닌자 앱을 켜고 걷기 시작합니다. 포르토마린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은 들어올 때 건넜던 (New) 로마 다리가 아니라 미뇨강의 지류인 작은 강 다 바렐라 강(Río Da Barrela)을 건너는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어져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양갈래 길이 나오는데 앞에서 걸어가던 순례자들은 모두 다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까미노닌자 앱에서도 오른쪽 길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구글맵을 열어 확인해 보니 왼쪽으로 가도 길은 다시 만나게 되어 있어서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은 없지만, 오른쪽으로 가는게 조금 더 짧은 구간입니다. 사실 방향보다 표시석에 적혀 있는 남은 거리인 91(km) 이라는 숫자가 더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100km 구간을 돌파하고 나면 남은 거리는 정말 순식간에 줄어들어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포르포마린을 벗어난 순례길은 도열 하듯 길게 늘어선 소나무와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 차도와 만나서 계속 이어집니다.    

 

오늘은 어제에 비해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하늘은 비록 흐렸지만, 어제에 비하여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고, 차도와 이어진 구간들이 많아 길도 덜 힘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걷다 보니 약 13.2km를 빠르게 걸어 거의 2시간 30여분 만에 벤타스 데 나론(Ventas de Narón)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이 곳 까지 온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순례길 표시석에 적혀 있는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신이 없고 마음이 이상합니다. 사리아 이후부터는 정말 급격한 속도로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벌서 78km입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표시석의 숫자가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매우 작고 조용한 마을을 지나 약 30여분을 더 걸어가니 리곤데(Ligonde) 마을이 나온다고 합니다.

 

멈추었던 비도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시간도 12시 가까이 되어서 리곤데 마을 초입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Bar Trisquel 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도 점심심사로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순례길에서 먹어본 햄버거와 샌드위치 중 가히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말랑 말랑한 빵의 식감에 고기를 비롯한 재료와 소스의 조합이 완벽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에 소를 많이 키워서 마을마다 소고기가 맛있는 듯합니다.

 

 

* Bar Trisquel 식당: 구글맵 평점 4.5점의 이곳은 탁 트인 넓은 야외 테라스와 아늑한 실내 공간을 가진 곳입니다. 리곤데 마을 초입에 있어서 약간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저는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가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희는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었고 둘 다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먹어보진 않았지만, 구글맵의 리뷰에는 순례길에서 최고의 Spanish omelette(또르띠야)이 나오는 곳이라고 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의 백미는 모든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할 때 바(Bar)에서 내어주시는 커피 리큐르(또는 커피 리큐어라고도 하고 깔루아라는 브랜드가 유명한)입니다. 블랙 러시안이라고도 하는 이 보드카 기반의 커피맛 칵테일은 식사로 인한 느끼함을 한방에 날려주고, 체온을 올려주어 쌀쌀한 날씨에도 힘차게 걸어가도록 해주었습니다.

  

- 식당 위치: https://maps.app.goo.gl/BUVBpEZHaqoDJu1G9


 

 

먹고 있으니 역시나 크리스와 수잔 부부가 들어와 앉습니다. 사리아 가는 길에 처음 만났던 크리스와 수잔 부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희가 먹고 있던 메뉴를 궁금해했었습니다. 저희가 먹고 있는 메뉴와 개인적인 리뷰를 알려주니 잠깐 상의를 한 크리스와 수잔 부부도 주문을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를 맞으며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커다란 개미 형상의 조형물이 있는 집을 지나서 가다 보니 비에 젖어 촉촉해져 더 짙어진 핑크빛 팻말이 나옵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빌라르 데 도나스 수도원(Iglesia de Vilar de Donas)이 나온다고 합니다.

 

*빌라르 데 도나스 수도원(Iglesia de Vilar de Donas): 12세기에 지어진 이 수도원은 산티아고 기사단에 의해 지어졌다고 하며, 이곳에는 기사단의 유명한 인물들이 매장되어 있기도 하다고 합니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순례길을 가다가 만나게 되는 포르토스(Portos) 마을에 이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과 표지판이 있습니다. 이곳을 들리게 되면 약 4km 정도를 더 걷게 됩니다.

 

- 위치: https://maps.app.goo.gl/MPkzTsiKXKYHQbMr6


 

 

 

오늘의 목적지인 팔라스 데 레이로 가는 길의 마지막 구간은 낙엽이 수북이 떨어져 마치 폭신한 카펫처럼 깔려 있는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길이 차도와 이어져 가는 길입니다. 촉촉이 젖은 가로수와 발 밑의 낙엽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마음이 말랑 말랑해지는 구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이 끝나면 순례길은 차도에서 팔라스 데 레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로 빠지게 되는데, 마을 입구에는 캠핑 공원이 있었습니다. 푸른 잔디밭과 가을 단풍으로 물든 나무가 이뻤던 이 공원에서 잠깐 서성이며 가을 기분을 조금 더 만끽하다가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공원 좀 더 안쪽에는 캠핑카를 타고 휴양을 온 무리들도 보였습니다.

(Area recreativa os chacotes 공원 위치: https://maps.app.goo.gl/FWbL3RhynB5hbdXf7)

 

 

오늘 저희가 묵을 숙소는 Casa Curo라는 호스텔입니다. 

 

*Casa Curo 호스텔: 이곳은 알베르게가 아니라 호스텔(호텔)이었습니다. 1층엔 식당으로 운영하고 2층부터 객실인 평범한 호스텔이었습니다. 숙소 체크인을 1층에 있는 식당 바(Bar)에서 했고, 비수기라서 그런지 손님은 저희 부부와 저희보다 약 10여분 뒤에 도착한 다른 동남아시아계 커플 이렇게 두 팀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체크인을 하며 저녁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내려가보니 식당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전화해서 물어보니 미안하지만 식당 운영을 못하겠다고 하여 다른 외부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독립된 욕실과 화장실이 있고 방 내부는 평이했습니다.

 

- 숙소 위치: https://maps.app.goo.gl/TMtEzqSX3DFAa9ac9


 

 

체크인을 마치고 개인정비를 하였습니다. 비가 와서 밖으로 나가진 못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가졌습니다. 휴식을 가지며 남은 일정을 체크해 봅니다.

 

내일은 멜리데(Melide)로 갑니다.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로는 원래 아르수아(Arzua)까지 한 번에 가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아르수아까지는 약 29km의 거리입니다. 저희들은 약 30km 가까이 되는 이 거리를 한번에 이동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중간 지점에 있는 멜리데까지만 가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계산해보니 11월 15일에는 산티아고테콤포스텔라에 도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11월 16일 피스테라와 무시아를 가서 1박을 하고 11월 17일에 다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돌아와 그 다음날인 11월 18일에 마드리드로 이동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하루 거리를 이틀에 나누어 가니, 저희보다 사흘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패밀리들과는 이틀 차이로 줄어들어서 11월 17일에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다시 한번 더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패밀리들에게 연락을 보냈습니다.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17일날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한번 더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17일 저녁에 다같이 모여 정말 마지막 만찬의 시간을 가지자고...

 

그런데 말을 해놓고 다시 계산해보니 제가 계산을 잘못 했습니다. 저희들과 패밀리들의 거리 차이는 이틀 차이가 아니라 나흘 차이였습니다. 이 거리를 만회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 런. 데., 패밀리들에게 답이 왔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매일 매일 30km 씩 걸으면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17일 당일 스케줄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보내옵니다. 이 사람들 정말 감동입니다. 이번 순례길에서 이들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내려갔더니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체크인할 때는 분명히 저녁식사가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닫혀 있습니다. 아마도 손님이 적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방으로 올라가 비옷을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구글로 검색해 보니 식당이 몇 군데 없는 데다가 모두 문을 닫은 듯합니다. 한 군데 문을 연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순례자들로 보이는 손님 1팀이 있고, 현지 주민들로 보이는 손님 1팀이 있습니다.

 

저희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을 하였습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어서인지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습니다. 돼지고기(Pork) 요리를 하나 시키고, 갈리시안 수프 하나를 시켜서 같이 나눠 먹기로 합니다.

 

갈리시안 수프는 처음 먹어봤는데 큰 특색이 있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의 시래깃국에다가 물을 조금 탄 맛입니다. 맛이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갈리시아 지방에 온 기념으로 한번 드셔보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특히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는 수프가 괜찮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스낵을 한 봉지 사 왔습니다. 타키스(Takis)라는 과자인데 알고 보니 이 타키스라는 과자는 멕시코에서 온 또띠아칩 과자인데 강렬한 매운맛으로 이미 타키스 챌린지로 유명한 과자라고 하네요.

 

맛이 강렬합니다. 그리고 맛이 괜찮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사 먹을 것 같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을 준비합니다. 내일은 멜리데(Melide)로 갑니다.

 

그럼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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