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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28] 멜리데(Melide)에는 깜짝 놀랄만큼 맛있는 문어요리가 있습니다.

by 완자야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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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멜리데, 문어요리

 

 

2023년 11월 12일(일)

오늘은 멜리데(Melide)로 갑니다.

프랑스길을 시작하는 프랑스 생장에 도착하여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발급받았던 순례자 협회 사무실에서는 순례길 가이드북도 나눠주는데, 그 가이드북에 따르면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에서 아르수아(Arzua)까지는 약 29.2km이고 한 번에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중간 지점인 멜리데까지만 가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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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멜리데(Melide)

이동거리: 약 15.0km

출발시간: 08시 20분

도착시간: 12시 30분

도착숙소: Albergue Pension Pereiro (사립)

 

 

아내가 지난 밤에 비교적 잘 잔 것 같다고 합니다. 오른쪽 뺨에 베개 자국이 분명해 보이는 굵고 선명한 줄이 보이는 걸로 봐서 정말 잘 잔 것 같습니다.

 

아내는 경미한 목디스크와 함께 거북목의 전 단계인 일자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내를 '감각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에 아내는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가지고 있는 5가지 감각인 오감(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모두 뛰어난 편이고, 또 그래서인지 손재주가 아주 뛰어난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뜨개질, 캔들제작, 네일, 꽃/화분 관리, 화장, 미용, 요리 등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일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지요.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보면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잘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하는 일들이 많았었는데요, 그게 원인이 된 것인지 몇 년 전부터 목과 어깨의 통증과 불편감을 호소해 왔고 검사를 해보니 나이에 비해 목이 건강한 편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앉아있어도, 서 있어도, 누워있어도 아내는 목과 어깨가 아파했습니다. 그러니 잠의 질, 어쩌면 삶의 질, 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아내가 잘 잤다는 소식은 저희에게 매우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순례길을 출발하기 전 아내의 흉통보다 더 걱정되었던 것은 사실 아내의 목디스크와 그로 인한 목과 어깨의 통증이었습니다. 참고로 아내는 순례길 출발전 심한 감기 몸살로 인한 잦은 기침으로 '늑골연골염'으로 약 2주 이상 힘들어했었습니다. 저희가 출발할 때의 이야기는 순례길 후기 1편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1]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 출발합니다!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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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초중반까지 아내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잠을 잘 못 잘 때가 많았습니다. 순례길 후반부에 저희가 도미토리가 있는 알베르게에 묵지 않고 2인실을 묵었던 이유는 날씨가 추워지기도 한 이유도 있지만, 이런 이유도 있었습니다.

 

 

아내의 좋은 아침 컨디션도 있었고, 오늘 팔라스 데 레이에서 멜리데까지 가는 구간은 거리가 약 15km 정도로 짧은 구간이기도 했기 때문에 저희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마을을 벗어나는 길에 미국에서 온 크리스와 수잔 부부를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 부부와 함께 걷던 스웨덴 출신의 피안 여사도 같이 있습니다. 잠깐의 시간을 같이 대화하며 걷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는 외모와는 달리 젊어 보이는 장년층 아저씨였습니다. 저는 약 50대 중반 정도로 예상했으나 벌써 예순을 넘기셨다고 하네요. 그는 미국 Texas Instrument라는 반도체 기업에서 33년간 근무했고 은퇴 후 아내와 같이 까미노를 오게 되었으며, 함께 걷고 있는 피안은 까미노에서 만난 동행이라고 합니다. 크리스와 수잔의 두 딸은 모두 다 커서 독립을 한 것 같습니다.

 

크리스는 평소 하이킹 등 운동을 자주 했었지만 수잔은 하이킹을 전혀 해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번 순례길은 생장이 아니라 팜플로나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 부르고스에 도착했을 때 수잔의 발과 다리가 많이 아팠었기 때문에 걷기는 중단하고 프랑스 파리로 가서 딸과 딸의 남자친구를 만나며 몇일의 시간을 보내다가, 이탈리아로 가서 친구와 약 11일 정도의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부르고스로 돌아와 걷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포르투갈 길을 도전할 계획이고, 이번 까미노에서 걷지 못한 생장-팜플로나 구간을 먼저 걸은 후 포르투갈로 갈 거라며, 저에게 내년에 포르투갈에서 보자고 하며 웃어 보입니다.

 

내년에 내가 포르투갈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그게 내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포르투갈의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자고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후 저희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할 때까지 이들 부부를 계속해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인연입니다.

 

그렇게 잠깐의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따로 각자의 걸음을 따라 걸어갑니다. 저희 걸음이 조금 더 빨라서 저희 먼저 앞서 나갔습니다.

 

돌로 된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성당이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을 지나갑니다. 성당이 점점 가까워오자 안에서 누군가 나오시며 '쎄요(Sello, 도장)'를 받아가라고 하십니다. 이제 앞으로 이 '쎄요'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그분을 따라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쎄요를 받는 대신에 기부금을 내어야 했습니다.

(Iglesia de San Xiao do Camiño 성당 위치: https://maps.app.goo.gl/gWFJy6tJw6zT8of97)

 

성당을 나와 다시 걸어갑니다. 성당을 나와 약 100여 미터(m) 정도를 더 걸어가자 아늑해 보이는 카페 문 앞에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서 꼬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너무나 귀여워 보이던 이 강아지는 마치 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잠깐 들어와서 쉬었다 가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을 위해 열일하는 이 귀여운 강아지의 호객행위로 저희는 카페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과 수염이 수북한 카페 주인장은 강아지의 이름이 '부부'라고 알려줍니다.

 

저희는 까페꼰레체(Cafe con leche)와 브라우니를 하나 시켰습니다. 아내는 카페꼰레체가 마치 한국에서 마셨던 까페라떼와 비슷하다며 극찬을 했습니다. 스페인에 와서 마셔본 까페꼰레체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며, 패밀리들에게 정보공유를 해줍니다. 아내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브라우니에는 큼직한 호두가 듬뿍 들어가 있었고 그 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저는 브라우니를 좋아해서 보통 카페에서 케익을 시키면 거의 대부분 브라우니를 시켜 먹었고, 이후에는 아내가 집에서 브라우니를 종종 만들어줬었습니다. 이 집의 브라우니는 아내가 만들어준 브라우니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큰 호두 덩어리를 듬뿍 넣어주고 맛있게 만든 브라우니는 처음 먹어본 것 같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성공적인 브라우니의 맛에 케익 하나를 더 시켰습니다. 주인장이 아몬드 가루를 듬뿍 넣어서 정말 맛있게 만들었다고 하는 '산티아고 케익(Santiago Cake)'을 시켰습니다. 정말 아몬드 맛과 향이 듬뿍 났습니다.

 

그러나 케익을 하나만 시켜드셔야 한다면 브라우니를 시켜드시기 바랍니다. 브라우니가 단연코 압도적이었습니다. 그 카페 내 다른 테이블에 있던 한국분도 브라우니에 대한 극찬을 하셨습니다.

 

* The Essential Coffee Home 카페 위치: https://maps.app.goo.gl/YbmDhv2S72SWQrQu5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내린 비로 인해서인지 흙으로 된 순례길은 여전히 젖어있어 있어서 걷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여유롭습니다.

 

 

까사노바(Casanova)라는 마을을 지나갑니다. 우리에게는 여성 편력가이자 여성 유혹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카사노바'라는 인물은 이탈리아 사람인데 싶어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카사노바는 이탈리아 출신의 자코모 카사노바(Giacomo Casanova)라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에는 '라파엘 카사노바(Rafael Casanova)'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17~18세기 카탈루냐의 법학자이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의 후원자였고 스페인 왕위 계승전쟁에서 스페인의 왕위 계승을 주장했던 인물로 현재에도 스페인 역사에서 애국자로 추모되는 것 같습니다.

 

사리아 이후부터는 길에서 처음 보는 순례자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 사리아부터 걷는 새로운 순례자들의 유입이 있기도 하고, 저희가 중간에 점프를 하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약 10km 정도를 걸어가니 발과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역시 오늘 멜리데까지만 가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거리가 짧다 보니 멜리데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멜리데는 돌로 된 멋있는 다리를 건너가면 나왔습니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갑니다.

 

오늘 저희가 묵을 숙소는 마을의 중심부를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야 나왔습니다.

 

* Albergue Pensión Pereiro 사립 알베르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내부는 굉장히 넓고 컸으며 나름대로 깔끔하게 잘 관리된 숙소였습니다. 독립된 별도의 욕실이 있는 2인실도 있었고, 다인실 도미토리도 있었습니다만, 저희가 묵었을 때는 사람이 없어서 넓고 큰 건물에 저희들 부부 단 둘 뿐이었습니다.

 

유료로 사용 가능한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으며, 조리가 가능한 주방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부에는 지붕이 없이 오픈된 제법 넓은 테라스가 1층에 있었습니다.

 

숙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구글맵의 정보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숙소 위치: https://maps.app.goo.gl/o3GH4m8Cg5tALXP29


 

 

마을 중앙에 있는 로터리를 지나 조금 더 걸어들어가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 30분이 다되어 갑니다. 그런데 문은 굳게 잠겨있고 오후 1시 오픈이라는 문구가 출입문에 보였습니다. 밖에서 30여분을 기다리려니 시간이 아까워 점심식사를 먼저 하기로 합니다.

 

숙소 앞에서 아내가 폭풍 검색을 시도합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오래된 전통의 맛집이라는 리뷰가 있는 '뿔뽀(Pulpo, 문어)' 요리로 유명한 식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마을 중심부로 향했습니다.

 

 

(* Pulpería Ezequiel 식당 위치: https://maps.app.goo.gl/bSp933Sq4oqDuPpp6)

 

입구 간판에 'desde 1960(영어로 since 1960과 동일한 의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이 식당은 문어 전문 식당(Pulperia)입니다. 스페인어로 문어를 Pulpo(뿔뽀)라고 하는데, 이렇게 문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Pulperia(뿔뻬리아)라고 합니다. 식당간판에 'desde 1960'이나 'Pulperia'와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일 듯합니다.

 

저희들과 같은 순례자들 외에 현지 사람들로 보이는 손님들도 많이 있었고, 모두 다 하나같이 문어요리를 한 접시씩 시켜 먹고 있었습니다. 메뉴판에는 친절하게 영어도 같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문어 요리는 크고 굵은 글씨로 되어 있어 눈에 쉽게 들어왔습니다. 저희도 문어 요리를 한 접시 시켰습니다. 

 

요리가 나왔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식감에 적당히 가미된 짭짤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같이 나온 빵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사실 저희 뒷 테이블에 앉으신 백발의 노부부가 다정하게 나란히 앉아서 뿔뽀 요리를 각각 한 접시씩 드시고 계셨는데, 깔끔하게 차려입으신 할머니께서 다소곳한 자세로 뿔뽀 한입에 빵 한입을 같이 드시는 걸 보고 따라먹었던 것인데, 그 맛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내는 해산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내가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해산물 요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리비(Scallop) 구이였습니다. 저를 따라 머나먼 고생길에 기꺼이 따라와 준 아내를 위해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요리인 가리비 구이를 한 접시 시켰습니다. 그리고 고추 구이(Pimientos de Padron)도 하나 시켰습니다.

 

가리비 구이는 평범한 맛이었으나 문어 요리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중에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셨던 노부부가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분들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제 눈앞에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나중에 저희들의 모습이 어떠할지 상상해 보며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다시 마을 중심부의 로터리를 지나 숙소로 향하는데, 길거리에서 추로스를 팔고 있는 포장마차를 발견하였습니다. 순례길에서 이렇게 포장마차 형식의 카페는 처음 만난 것 같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또 그 맛도 궁금하기도 하여 한 봉지를 사서 들고 숙소로 걸어갑니다. 기름을 듬뿍 머금고 있는 추로스는 조금 느끼하였습니다. 점심식사를 배불리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숙소에 오니 주인장 아저씨가 계십니다. 간단히 체크인 절차를 밟고 방으로 갑니다. 오늘 여기 묵는 손님은 저희 둘 뿐이라고 합니다.

 

배낭을 풀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합니다. 비록 짧은 거리를 걸었지만 정비해야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휴식합니다. 내일 계획도 세우고, 그동안 찍은 사진도 보고, 패밀리들과 연락도 해 봅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저희는 저녁도 점심식사를 한 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순례길 초반부터 저희는 '뿔뽀 요리는 무조건 멜리데로 가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누군가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그 동안 문어요리를 일부러 안 먹고 참아왔었습니다.

 

그래서 멜리데에 왔으니 문어 요리를 좀 더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점심때 시켰던 그 문어 요리와 함께 초리조 요리를 하나 같이 시켰습니다. 저녁에 가니 낮에는 안 보였던 잘생긴 10대 소년 한 명이 홀서빙을 보고 있었습니다.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할 때 저희들에게 멋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영어로 서빙을 해주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저와 아내는 '매운맛'을 좋아합니다. 주문을 받아주던 소년을 불러서 문어 요리를 더 맵게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요리 위에 뿌린 고춧가루를 더 많이 뿌려달라는 의미) 소년은 주방으로 가서 물어보더니 가능하다고 합니다. 얼마나 맵게 해줄지 물어보는 듯 하여 'muy muy muy picante(정말 정말 정말 맵게)'라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고추 가루를 팍팍 친듯한 문어가 나왔습니다. 와, 매웠습니다. 그런데 매우니까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화이트 와인과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멜리데를 지나가신다면 이곳에서 문어요리를 꼭 한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매운맛을 좋아하시면 꼭 더 맵게 해 달라고도 하시고요.

 

정말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맛있는 저녁식사로 배도 부르고 식사하며 마신 와인 한잔에 기분도 좋습니다.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가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을 보낸 뒤 숙소로 돌아와 정리를 하고 내일을 준비합니다.

 

정리를 하면서 저녁식사를 먹고 계산한 영수증을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간이 영수증에는 43유로로 나와 있으나, 신용카드 단말기 영수증에는 4.3유로가 결제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식당 직원이 아마도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43을 입력해야 하는데, 실수로 4.3을 입력한 듯합니다.

 

다시 그 식당으로 돌아가 잘못된 결제를 정정해 주려고 하니 시간도 늦었고 잘 준비까지 마친 상황이라 귀찮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를 외치고 그냥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순례길이 점점 더 끝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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