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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20-1] 레온(Leon), 잊을 수 없는 도시여!

by 완자야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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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레온

 

 

 

2023년 11월 1일(수)

어제 저희는 까리온(Carrión de los Condes)에서 저희 순례 여행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결정을 하였습니다. 계속해서 걷지 않고 충분히 쉬자! 라는 결정이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휴식 공간은 바로 레온(León)이었습니다.

스페인 서북부에 위치한 레온은 행정구역상 까스띠야이레온(Castilla y León)에 속하는데 까스띠야이레온은 스페인에서 가장 크고, 유럽 연합(EU) 전체에서 가장 큰 지자체에 해당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까스띠야이레온 지방 안에 레온 주가 있고, 그 레온 주에서 가장 큰 도시가 바로 오늘 저희가 가는 레온이라는 도시입니다. 복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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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Carrión de los Condes) - 레온(León)

이동거리: 약 94.5km

출발시간: 11시 51분

도착시간: 13시 40분

도착숙소: Hotel Alda Casco Antiguo (사립 호텔)

 

 

 

오늘 저희는 버스를 타고 레온으로 갑니다.

버스 출발 시간이 오전 11시 30분 정도라서 오전이 여유롭습니다. 숙소에서 그간 아껴두었던 신라면을 끓여서 아침으로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어제 순대를 먹기 위해 사놓았던 새콤한 스페인 현지의 채소 절임(올리브와 오이, 파프리카 등)이 입안에 침을 돌게 만듭니다.

 

 

천천히 체크아웃을 하고 까리온 마을을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둘러보면서 마을 입구로 걸어내려 갔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온 마을이 너무 조용합니다. 길거리엔 사람들이 없고,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늘 11월 1일은 모든 성인 대축일(스페인어로 Sollemnitas Omnium Sanctorum, 영어로 All Saints' Day)이라고 하는 국가공휴일이었던 것입니다. 

 

조용한 마을을 천천히 걸어내려와 마을 초입에 있는 에스빠냐 바(Bar España)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바로 레온으로 가는 Alsa 버스가 서고 출발하는 곳이었습니다. 어제 묵은 호스텔의 주인장 아저씨가 알려주신 곳이죠.

 

 

 

어제 오후에 레온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그동안의 오랜 고민이 사라져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 불편함이 무엇인지 잘 몰랐었는데 그 마음은 바로 모든 순례길을 걸어서 완주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오는 일종의 패배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것은 패배하는 것이 아님에도 제 마음에는 그런 패배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있었던 것을 알게된 것은 바로 에스빠냐 바 안으로 들어간 후였습니다. 그곳에는 저희보다 더 일찍 도착한 약 6~7 명의 순례자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몇명이 추가로 더 도착을 하셨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 사람들이 저희 외에도 10여명이나 되었던 것이죠. 그 사실이 저에겐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분들도 있었고, 미국분들도 계셨고,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아군까지 가는 사람, 레온까지 가는 사람 등 다양했습니다. 나중에 버스를 타고나니 그 버스엔 부르고스에서 출발해서 레온으로 가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에스빠냐 바(Bar España): 까리온 마을 초입에 위치해 있는 바(Bar)입니다.

이곳에서 Alsa 버스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Alsa버스는 이 바(Bar) 앞에서 탑승을 하고 출발합니다.

카페 위치는 https://maps.app.goo.gl/kLHF7MDcn2ZdFUSU6 입니다.

카페에 들어서면 정면 중앙의 벽면에 Alsa 버스표 티켓 가격과 출발 시간이 적혀있습니다. 레온까지는 인당 16유로(EUR)였습니다.


 

 

저희도 버스표를 구매하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는 11시 51분에 출발하는 버스고 실제 버스는 11시 48분쯤에 도착해서 정시에 출발을 했습니다. 시간을 딱 맞춰서 도착하는 게 신기합니다. 버스 안에는 다른 지역에서부터 이미 타고 온 다른 승객들도 여럿 앉아 있었습니다. 좌석은 지정되어 있지 않고 자율배정이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출발했습니다.

 

 

까리온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사아군(Sahagún)에 약 1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걸어왔다면 하루 종일 걸려도 다 못 올 것 같은 곳인데 1시간 만에 도착하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사아군에서는 '반주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순례자분들이 몇 분이 내리셨습니다.

 

 

버스는 다시 출발해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제 Dia 슈퍼마켓에서 사놓은 핼러윈 데이 스페셜 에디션 감자칩을 한 봉지 뜯었습니다. 여행 기분이 물씬 납니다. 맛도 좋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감자칩입니다.

 

 

약 50분을 더 달려서 드디어 레온에 도착했습니다. 약 94km 거리를 2시간이 못되어 도착했습니다. 걸어서라면 4일은 걸렸을 거리입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여러 가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인생에 대해서요.

 

레온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가 있는 레온 대성당 근처 까지는 걸어서 약 25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걸어가면서 느껴지는 느낌은 레온은 확실히 도시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도로와 건물들, 그리고 사람들까지 도시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특히나 화창한 날씨로 인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웅장한 레온 대성당 좌측으로 난 골목길로 조금 들어가니 숙소가 나옵니다. 저희가 묵을 숙소는 Hosel Alda Casco Antuguo 입니다. 저희가 에스떼야(Estella)에서 묵었던 그 Hotel Alda와 동일한 호텔 맞습니다. 체인 호텔인 것 같습니다.

 

*Hotel Alda Casco Antiguo: 객실이 조금 좁긴 하지만, 레온에서 가성비 숙소에 속합니다. 특히 레온 대성당이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위치가 매우 좋습니다. 지하에는 조리가 가능한 주방이 있습니다.

호텔 위치는 https://maps.app.goo.gl/FBvG6yUSEwEZDd79A 입니다.

 

방 안에 하늘이 보이는 창이 있습니다. 이 창을 바깥으로 밀어서 열어 젖힐 수 있습니다.


 

 

호텔 체크인을 마친 저희는 점심 겸 저녁식사를 위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내는 이미 몇 군데 맛집 탐색을 끝마친 뒤였습니다.

 

순례자에서 여행자로 모드(mode)를 변경한 저희는 Leon Plaza라는 곳에 맛있는 중국요리 식당인 Wok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걸어갔습니다. Leon Plaza는 쇼핑몰이었고 Wok는 그 안에 입점해 있는 식당인 듯했으나 그날이 휴일이라서 그런지 많은 매장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건물이 너무 사람이 없고 조용해서 저희는 오는 길에 발견했던 다른 중국요리 식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그곳은 북경오리 전문 중국요리 식당이었습니다.

 

 

저희는 중국 요리를 참 좋아하는데, 중국 요리 중에서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바로 북경 오리였습니다. 스페인에서 북경 오리를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정말 배가 부르게 실컷 중국 요리를 아주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여행하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맛있는 식사를 한 것 같습니다. 사실은 어제저녁부터 그랬네요.

 

돌아오는 길에 Dharma Nail이라는 네일샵이 오픈 중이라 한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내는 저와 달리 손톱이 너무 얇고 부드러워서 잘 찢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며칠 전 순례길을 걷던 중 언제 어디서 그랬는지 손톱이 찢어져 조금 아파하던 차였는데 마침 잘 된 것 같습니다.

 

내일 오후 3시로 예약을 하고 나왔습니다. 해가 지고 나니 다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습니다. 밤맛 아이스크림인데 맛있습니다. 실내에는 테이블이 없고 실 외에 테이블 2개가 있는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였는데, 해가 지고 비가 내리니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졌습니다. 얼른 들어가려고 덜덜 떨면서 아이스크림을 얼른 먹고 일어서는데, 뒤를 보니 반바지 차림의 젊은 스페인 남녀가 앉아서 아이스트림을 먹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그들을 보고 속으로 '젊음이 좋다'라고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여행자 모드로 기분을 바꾸고 나니 일찍 들어가기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저녁 8시 정도밖에 안 되었거든요. 그런데 밖은 너무 춥고.. 숙소 근처에 Valor라는 초콜릿 전문점으로 보이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 초코라떼와 츄로스를 파는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아내는 스페인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맛있는 초코라떼를 먹었다고 합니다.

 

레온에서의 첫날을 초코라떼와 츄로스를 보내며 마무리했습니다. 따뜻한 실내에 앉아 지난날을 추억하고 내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희는 레온에서 4박을 하며 휴식을 가졌습니다. 원래는 3박만 할 계획이었으나, 하루 더 있으면서 패밀리들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11월 4일 레온 도착 예정이고 저희는 11월 4일 저녁 같은 알베르게에 묵으며 최후의 만찬을 가지기로 한 것입니다.

 

11월 2일~4일에 걸친 저희들의 레온 시티 투어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푹 쉬면서 저희는 부르고스 대성당보다 훨씬 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가지고 있지만 외관은 더 웅장한 느낌의 레온 대성당, 스페인 건축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가우디가 건축한 보티네스 저택 그리고 산 이시도르 박물관을 둘러보고 또 레온 현지의 네일샵바버샵도 가보고,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즐겼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다음 편 한 편으로 다 담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럼,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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